[전문가 기고] 영혼을 파괴하는 잔소리
권혜경/심리치료사·정신분석가
하지만 잔소리는 그 이름과는 다르게 상당히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반복되는 잔소리는 나도 모르는 새 영혼 깊숙이 스며들어 어느 새 나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잔소리는 주로 사소한 일에 대해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 하게 되며 “너는 이러이러하다”라고 상대방을 단정 짓는다.
예를 들어 방을 정리하지 않는 아이를 보고 화가 난 엄마는 “너는 왜 맨날 그 모양이니?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내가 그렇게 치우라고 얘기했는 데 도대체 말을 듣지 않는구나. 너란 애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잔소리를 한다.
이 엄마는 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고, 잔소리를 하는 목적은 그런 불만을 표현하면 아이가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다시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바람이다.
하지만 잔소리를 하는 과정에서 수단이 목적을 흐리게 하여 정작에 잔소리가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은 행동변화에 대한 촉구, 혹은 그런 기회의 제공이 아니라 “너는 어쩔 수 없는 구제불능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계속 받는 사람은 자존감에 심한 상처를 받게 되고 이런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가 자신을 보는 시각(구제불능)에 자신의 행동을 맞추어 버리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게 된다.
또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상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더욱 더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게 된다. 비록 그것이 자신이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잔소리를 하기 전에 내가 상대로부터 원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자. 상대를 좌절시켜서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스스로 고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계속 반복되는 지루한 잔소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뭔가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면 최대한 간단하게 언급하고 상대가 그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그냥 “방이 어질러져 있네”라는 간단 명료하고 가치판단이 배제된 중립적인 말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람이 스스로 상황을 돌아보고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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