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하루 앞으로 다가온 2010 남아공 월드컵…숨어있는 과학 알면 축구가 더 즐겁다
빨라진 공인구 자불라니, 요철구조로 진행 방향 예측 불허
공·수 포지션, 날씨, 경기구장 따라 최적의 축구화 개발돼
축구는 인류를 대표하는 운동이면서 동시에 과학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좀 과장하면 축구 선수들은 '몸의 물리학자'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힘과 가속도 방향 전환 위치 선정 등에서 앞서는 선수와 팀이 우승권에 근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의 육안으로는 알아채기 어려운 미세한 차이들이 때론 승부를 가를 수 있는 것이 축구다. 이런 미세한 차이들은 특히 과학으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 축구에 숨어있는 과학을 안다면 월드컵을 더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축구공 = 축구는 기구가 가장 덜 개입되는 운동 가운데 하나이다. 선수의 몸을 제외하고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공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월드컵은 대회 때 마다 공인구를 바꿔왔다. 이번 월드컵의 공인구는 자불라니이다. 2006년 월드컵 때는 팀가이스트였다. 월드컵 공인구는 단순히 이름이나 메이커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인구 교체는 과학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물리 화학적 변화 요소를 담고 있다. 축구의 룰에서 규정하는 공인구의 핵심적 사양은 크기와 무게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인구들은 이 점에서는 모두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얘기가 적잖게 달라진다. 자불라니는 4년 전 이용됐던 팀가이스트와는 몇몇 요소에서 차이가 아주 크다.
호주 아들레이드 대학 물리학과 교수로 자불라니에 대해 최근 연구와 실험을 실시한 데렉 라인웨버 박사는 "기존의 공인구와 비교하면 정말 예측불허"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팀가이스트와 비교할 때 훨씬 빠르고 단단한 게 자불라니의 특성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자불라니의 특징은 공이 날아가다가 휘어지는 각도를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자불라니의 이런 특성은 골키퍼와 수비수들을 특히 애먹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순발력이 뛰어난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상대적으로 더 빛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4년 전에는 팀가이스트 공인구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는 라인웨버 교수는 무엇보다 자불라니의 표면 설계가 달라진 점이 이 같은 큰 차이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자불라니 공에 돋보기를 대면 우둘투둘하게 올라온 '릿지'와 '공기 고랑'들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데 이 것들이 공의 특성을 결정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팀가이스트의 경우 역대 공인구 가운데 가장 표면이 매끄러운 편이었다. 4년 만에 공인구가 너무 급격하게 변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불라니의 공기 고랑은 골프공의 딤플 등과 비슷한 원리로 작용된다. 골프 공이 멀리 날아갈 수 있고 각종 회전을 크게 먹는 것은 살짝살짝 들어가 있는 딤플 때문인데 자불라니의 '릿지'와 '공기 고랑'이 바로 딤플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축구화 = 축구화 또한 경기 능력을 가늠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오늘날 축구화는 잔디 형태 혹은 기상 조건에 따라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진화를 거듭해 왔다. 예컨대 인조 잔디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더 원활하게 하도록 설계된 축구화가 있는가 하면 천연 잔디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진 축구화가 있다.
월드컵 경기는 기본적으로 천연 잔디 구장에서 열린다. 축구화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전체적인 재질과 함께 특히 발바닥 부분과 흔히 스파이크로 불리는 뾰족뾰족하게 솟은 클리트들이다.
발바닥 부분은 다소 딱딱한 것이 있는가 하면 부드러운 것도 있다. 부드러우면 발 놀림이 원활해지고 발 재간을 부리기 쉬운 반면 안정성이 떨어진다. 축구 선수들은 공격수냐 수비수냐 등에 따라 혹은 자신의 주법 특성 등에 따라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축구화를 골라 신는다.
스파이크 또한 각양 각색이다. 오늘날 스파이크는 발의 외곽에 해당하는 부분에 주로 몰려 있고 가운데 쪽은 기본적으로 힘을 지탱할 수 있도록 숫자를 최소화한 게 큰 흐름이다. 스파이크는 또 공격을 전담하느냐 수비를 주로 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비가 오는 날 경기가 벌어진다면 스파이크 숫자가 많을수록 불리할 수도 있다. 진흙 등이 끼어들 경우 잘 빠져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선수들 가운데는 날씨나 잔디 상황에 따라 축구화에 다른 스파이크를 부착하는 사람도 있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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