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 대표팀과 나이지리아전은 숨이 턱턱 막히는 혈투였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도 힘이 들었지만 게임을 지켜보는 '대한국민'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결론은 원정 첫 16강 진출. 터져나오는 감격과 환희를 주체할 수 없었다. 한인사회 곳곳의 응원 모습을 담았다.
〈사회부>
"사진 찍으면 큰일나요"
○…"찍지 마세요! 전 오늘 공식적으론 아픈겁니다!" 응원전에 뛰어든 한인들 가운데 일부는 열띤 응원을 벌이다가도 언론의 접근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바로 응원전을 위해 갖가지 핑계를 대고 회사를 건너뛴 한인들. 얼굴에 태극기를 그려넣은 한인 A씨는 "이거 얼굴 감추려고 그린거에요. 절대 찍으시면 안됩니다. 회사에선 아픈 것으로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날 거리 응원전에는 '꼬마 응원객'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이들에겐 버거운 새벽시간대가 아닌 낮시간에 경기가 열렸고 방학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원을 다녀온 뒤 점심으로 햄버거 하나를 들고 나타난 이들은 '대한민국'의 뿌듯함을 한껏 느꼈다. 또 존 벌러프 중학교 2세 학생들은 '대~한민국' 함성을 통해 민족 정체성을 찾았다. 지니 장(14)양은 "우리는 코리안이에요. 코리안이니까 이곳에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초록색' 멕시코 응원단이 '붉은색' 한인 응원전에 동참 "함께 16강에 가자"며 어깨춤을 추기도. 시저 곤잘레스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멕시코를 응원하느라 힘들지만 이웃사촌인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나왔다"며 "서로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밥보다 응원이 좋아!
○…'밥보다 응원!' 이날 경기를 응원한 한인들에게 점심은 중요하지 않았다. 손님이나 식당 종업원들 모두 경기를 관전했다. 하지만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틈새를 이용 식사 주문이 몰리는 동시에 경기를 위해 참았던 볼 일을 보기 위한 손님들로 식당 화장실이 북적거렸다.
○…주류 언론 '이런 응원전은 처음' 타운 거리에 모인 한인들의 '붉은색' 응원전을 취재하기 위해 ABC KCAL KCLA FOX AP 등 주류 언론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AP통신 리드 색슨 기자는 "말로만 듣던 한국팀의 응원을 가까이서 봤는데 흥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노년층들은 응원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푸드코트내 모인 노인들은 땅콩과 호두 등 집에서 준비해온 간식거리를 함께 먹으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수 선수가 동점골을 넣자 한 노인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느라 테이블에 있던 땅콩을 다 쏟아 아쉬워하기도.
○…ESPN존에도 '부부젤라'가 등장했다. 이날 응원에 참여한 한인 로베르토 김씨는 경기 내내 부부젤라를 불어대며 분위기를 띄웠다. 같이 응원을 펼치던 많은 한인들도 부부젤라 소리에 환호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자축했다. 김씨는 "남아공 현지의 분위기를 재현하려 다운타운에서 부부젤라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경기에 앞서 축구단 창단식을 가진 올림픽 경찰서 축구단 선수들 일부도 팜트리를 찾아 올림픽 경찰서 후원회와 함께 응원을 했다. 헤수스 가르시아 형사는 "한인들과 함께 응원을 직접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아주 흥미 진진했다"며 "경기 역시 다른 어떤 경기보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점심 때 한인타운 한산
○…'텅빈 한인타운'. 한국 경기가 열린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한인타운내 도로는 평소에 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한인들이 응원을 위해 미리 자리를 잡고 경기에 관전 이날 한인타운은 텅 비었다.
○…'뿔은 좀 그렇고'. 동양선교교회에서는 응원전에 나선 한인들의 응원 아이템으로 두건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동양선교교회의 주익성 전도사는 "붉은 악마라는 명칭이 거북한 것이 사실이어서 한인들이 통일감을 느끼며 응원에 나설 수 있도록 1000장의 두건을 배포했다"고 말했다.
○…실점과 득점 역전 그리고 동점의 긴박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지자 평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점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연신 술로 긴장감을 달랬다. 한인 이모씨는 "끝나면 들어가서 일해야하는 탓에 술을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낮시간의 음주를 적극 변호했다.
○…한인들의 응원복 패션에 LA가 붉게 물들었다. 붉은 악마 머리띠를 두른 한인 여성들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하루였다. 붉은 티셔츠는 물론 모자 두건 팔찌 핸드백에 페이스페인팅까지 붉은 옷과 악세서리가 총동원됐다.
# 남아공 월드컵_13_이제 16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