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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정자은행 CCB <하>] "원빈? 박찬호? 스타닮은 아기 갖고 싶으신 분!"

연예인 닮은 기증자 수두룩…'간택' 되면 월 1200달러 '알바'

일견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지만, 막상 정자은행에 가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신청자의 1%도 안되는 사람만이 기증자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그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제 체험하기 위해 UCLA 캠퍼스 인근의 캘리포니아 크라이요 뱅크(CCB) 기증소를 찾았다.

정자 기증자가 되는 첫 단계는 온라인 신청서 작성이다. 서류를 보내고 며칠 지나자 정자은행에서 방문 날짜를 통보해 왔다.

기증소는 UCLA 서쪽 후문 바로 100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정자은행의 '전략적 배치'다. 정자은행은 젊고 건강하고 지능 높은 검증된 정자를 얻을 수 있고 명문대생들은 불경기에 용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기증자로 선정되면 1회 정자 기증 때마다 100달러를 받는다. 48시간 동안 배출되지 않은 정자를 기증해야 하므로 기증자는 최대 매달 1200달러까지 벌 수 있다.

카운터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4장짜리 기증 신청서를 받았다. 방문전 인터넷 신청서에 써냈던 키 연령 4년제 대학 재학 혹은 졸업 여부 등 기본요건을 재차 확인했다.

가족사항 최근 성관계 여부 복용 중인 약 가족 병력 유전적 질병 유무도 적었다. 에이즈나 질병 감염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서류를 작성하면서 기증하러 온 한 대학생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UCLA에 재학 중인 트리스탄 버틀러는 "의학계에 종사하시는 어머니의 권유로 기증하러 왔다"며 "내 정자가 얼마나 건강한지 알고 싶은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정자 기증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서류 작성 후 50ml 플라스틱 통을 받아 들었다. 첫 번째 테스트를 위한 절차다. 7(약 두 평) 남짓한 기증실로 안내됐다. 방 안에는 일체형 DVD TV가 벽에 걸려 있고 한쪽 구석에 세면대와 비누 휴지가 비치돼 있었다. 방 안은 깔끔했다.

기증실을 나서 정자가 담긴 플라스틱 병을 담당자에게 건네주자 그는 "e-메일로 합격 여부를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3일 뒤 e-메일이 도착했다. 기대했던 '합격'이라는 답변 대신 추가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이다. 키 1m78cm로 CCB의 자격 기준보다 3cm 크다. 나이는 29세. 4년제 대학을 나왔다. 한국에서 군을 제대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미국에서 명문 대학을 졸업했다. 추가 테스트라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었다. 앨런 타일러 코디네이터는 "1차 테스트 통과자는 희망자 50명 중 1명밖에 안 된다"며 "최종 정자 기증자가 되려면 보다 철저한 추가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기자를 진정시켰다. 1차 테스트를 포함해 기증자는 총 7단계 검사를 거쳐야 한다. 기증자가 되기 위해서는 진료기록을 모두 제출해야 하고 유전학 전문인과의 상담 혈액 검사 체력 검사까지 첩첩산중의 절차가 남아 있었다.

CCB에 따르면 이 모든 절차를 거쳐 선별되는 최종 기증자는 1000명 중 9명꼴로 0.9%에 불과하다.

타일러 코디네이터는 "1억 분의 1의 경쟁률을 뚫고 난자와 결합해야 하는 정자의 운명에 비하면 1차에서 떨어졌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추가 테스트를 권했다.

"빌 게이츠 같은 천재의 DNA를 원해요"

'원빈, 다니엘 헤니를 닮은 아기 원하시나요?'

CCB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연예인 닮은 기증자 검색 프로그램(Celebrity look-like)'의 홍보 문구다.

CCB에서는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를 닮은 기증자의 정자를 제공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연예인은 6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한인 유명 인사도 8명이 포함돼 있다. 박찬호.최희섭 등 메이저 리거를 비롯해 원빈(왼쪽사진) 다니엘 헤니 등 한인 배우들도 이름이 올라 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CCB에서는 정기적으로 직원들이 기증자의 사진을 놓고 장시간 회의를 한다. 최대한 많은 인원이 오랜 시간 기증자가 어떤 연예인과 닮았는지 고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객관적이라고 말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CB의 홈페이지(www.cryobank.com)에서 '닮은 기증자 찾기(Donors Look-A-Likes)' 메뉴 박스에서 연예인 이름을 클릭하면 닮은 기증자의 목록이 화면에 나타난다. 원빈을 클릭하고 결과를 기다렸더니 중국계 기증자 11576번이 검색됐다.

그의 '간추린 프로필'에는 키 5피트8인치(약 1m77㎝) 몸무게 146파운드(약 66㎏) 검은색 머리 경제학 학사 B+ 혈액형 등 간단한 신상정보가 소개됐다.

CCB는 여성들이 기증자의 외모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스콧 브라운 홍보부장은 "빌 게이츠와 같은 천재의 정자를 원하는 여성들도 많으며 불임 커플의 경우 여성들은 남편을 닮은 아기를 낳고싶어한다"고 고객 기호를 설명했다.

또 그는 "레즈비언 커플은 임신하지 않는 쪽 여성을 닮은 기증자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구현.신혜림.김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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