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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로 정체성 찾고 아픔 치유…입양한인 감독 영화 2편 뉴욕서 상영

New York

2010.07.0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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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미 추 '회복의 길', 15일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디안 보셰 림 ]차정희∼', 17일 클리어뷰첼시시네마

이민자나 입양인들에겐 공통 분모가 있다. 모두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운명이다. 그러나 자의가 아니라 환경으로 인해 이주해 살아온 입양인들에겐 아픔이 있다. ‘버려졌다’는 상처에다 생부모와 가족, 그리고 고국의 문화를 알지못하는 것으로부터 오는 깊은 슬픔이 있다.

입양한인들 중엔 예술로 정체성을 극복하고 예술로 승화한 이들도 적지 않다. 성악가 앤드류 갱개스타드, 발레리나 제니퍼 월렌, 만화가 욱진 클락, 소설가 엘리자베스 김, 시인 제니퍼 권 돕스, 비올리스트 리처드 영재 오닐, 배우 데보라 크레이그, 화가 사라 반데르 하이데 등이 그 예다. 그런가하면 영화를 통해 뿌리를 찾고 세상과 화해한 감독들도 있다.

'회복의 길(Resilience)’의 태미 추씨와 ‘차정희에 관하여(In the Matter of Cha Jung Hee)’의 디안 보셰 림 감독이 7월 중 입양 한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들고 뉴욕에 온다.

브렌트와 명자씨의 상봉기=서울에서 태어난 태미 추씨는 여덟살 때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미국인 중산층 가정에 입양됐다. 양부모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추씨는 고등학교 때 동생과 함께 가출한다. 이후 친아버지의 성을 쓰게 된 추씨는 이타카대학교에서 영화와 사진을 전공했다.

친부모가 왜 자신을 버렸을까에서 의문을 품고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해 방황하던 그는 스물한살 때 한국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1998년 대학 졸업작품으로 자신이 생모를 만나는 여정을 그린 첫 다큐멘터리 ‘고향을 찾아서(Searching for Go-Hyang)’를 연출했다.

15일 오후 6시 코리아소사이어티(950 3rd Ave.)에서 상영될 추씨의 ‘회복의 길’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우스다코타에 입양된 브렌트(한국이름 성욱)가 모국에서 친엄마 명자씨를 만나는 과정을 담았다.

1970년대 초 명자씨는 도박을 일삼는 남편으로 인해 가난에 쪼들려 살았다.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방으로 가며 아들을 친척집에 맡긴 사이에 그만 아들이 사라진 것이다. 아들이 입양된 것도 모른 채 살아온 명자씨는 남북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처럼 TV에서 친아들을 만난다.

'회복의 길’ 제작자 제시카 윈트도 입양 한인이다. 윈트는 1982년 미국인 가정에 입양되어 럿거스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언론학을 전공했다. 2005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태미 추씨를 만나 ‘회복의 길’ 제작자로 참가했다. koreasociety.org.

진짜 차정희는 어디에=1966년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을 때 여덟살이었던 한국소녀 디안 보셰 림. 그의 여권에는 ‘차정희’라는 이름이 있었다. 성인이 된 그는 자신의 진짜 이름이 ‘차정희’가 아니라 ‘김옥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고아원에서 이름을 바꾸어서 미국에 보낸 것이다.

40여년간 악몽에 시달리며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디안 보셰 림은 2000년 양부모와 군산에 가서 친가족을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1인칭 복수(First Person Plural)’를 연출했다. 이 영화는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최우수 베이에어리어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선댄스영화제에도 초청됐다.

림 감독이 이번엔 진짜 차정희는 누구인가를 찾아나섰다. 2010 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에 초대된 영화 ‘차정희에 관하여’는 ‘1인칭 복수’의 후편 격이다. 림 감독은 차정희를 찾기 위해 다시 카메라를 들고 한국으로 갔다. 차정희를 찾는 과정에서 감독은 국제 입양제도를 둘러싼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드러낸다.

'차정희에 관하여’는 5월 LA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 최우수 감독상과 편집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오는 17일 오후 12시30분 맨해튼 클리어뷰첼시시네마(260 West 23rd St.)에서 상영된다. 또 오는 9월 14일 PBS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상영시간 62분. aaiff.org.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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