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의 맛세상-22] 베트남 샌드위치…바게트+파테+실란트로=‘반미’
이렇게 무더운 날엔 아무 것도 하기싫다. 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한다. 모두가 귀찮은 날, 점심 때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반미(Banh mi)’ 즉 베트남 샌드위치다.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은 통치 기간 프랑스식 바게트 빵을 로컬 스타일로 바꾸었는데 그것이 바로 ‘반미’이다.
베트남식 바게트, 반미는 밀(wheat)이 아니라 쌀(rice)로 만든다. 그래서 딱딱하지않고 ‘바사삭’ 소리가 나면서 부드럽게 씹히는데 그 맛과 소리가 일품이다.
그 맛엔 묘한 중독성이 있는데다가 한끼 식사로 대체할 수 있는 간단저렴한 점심 해결책으로 많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최근엔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반미는 파테(pate)로부터 시작한다. 오븐에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를 반으로 가른다. 이때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한쪽만 연다. 빵 한면에는 닭이나 돼지 간으로 만든 파테를 얇게 바른다.
다른 면엔 마요네즈를 바른 뒤 햄, 고추, 고수(실란트로), 오이, 베트남 액젓, 그리고 시큼달콤하게 절인 당근과 무채를 곁들어 즐긴다.
반미의 인기가 많아진 요즈음엔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반미가 있다. 반미의 종류를 알아본다.
◇ 차루아=가장 기본적인 반미. 간 돼지고기를 바나나 잎에 싸서 스팀한 뒤 블락의 햄을 슬라이서에 앏게 썰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블로니 햄처럼 되는데 그것을 속에 넣는다.
◇ 텟누=말 그대로 차갑게 식힌 고기. 소금같은 것에 짭잘하게 절인 돼지고기를 기름과 함께 겹쳐서 익혀낸 뒤 그걸 식혀 얇게 썰어낸 것을 말한다. 이것도 아주 기본적인 반미라고 볼 수 있다.
◇ 지오투=한국식으로 머리 눌림이다. 돼지 귀, 힘줄, 껍질, 기름, 그밖의 다른 머리고기를 돌돌 말아 프로세스한 뒤 그것을 썰어 서빙한다. 약간의 도전을 추구하는 미식가에게 권한다.
◇ 닥 비엣=하우스 스페셜, 즉 콤비네이션 반미. 파는 곳마다 다르겠지만 그집에서 가장 자신있는 재료를 합쳐 서빙하는 것이다. 하지만 머릿고기가 들어갈 수도 있으니 원하지 않는 분은 조심해야 한다.
◇ 까모이=정어리 반미. 보통 통조림 정어리를 사용한다. 요즘 들어 인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좀더 강렬한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바삭거리는 빵과 부드러운 정어리의 어울림이 나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렇다는 것.
◇ 쭝치엔=계란으로 만들어진 샌드위치. 보통은 스크램블이나 오믈렛 스타일로 많이 서빙되는데 가끔은 양쪽을 바짝 익힌 서니사이드 스타일로 서빙하기도 한다. 아침식사로 안성맞춤이다.
◇ 기타=베트남 스타일 그릴 돼지(텟눙), 돼지고기 패티(넴눙), 그릴치킨(갸눙), 바베큐 돼지고기나 소고기(텟 보눙) 등이 있고 이것들은 일반인들 좀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류다.
요즘 들어 정말 이 샌드위치가 자주 생각난다. 내가 좋아하는 고기에 그 고기맛을 가볍게 해주는 오이, 당근, 무 절임, 마지막으로 미묘한 맛을 내주는 실란트로와 느끼함을 막아주는 고추의 매운 맛, 마지막으로 감칠 맛을 향상시켜주는 파테와 마요네즈 그 위를 감싸고 있는 바삭한 바켓의 궁합은 입맛 없고 귀찮은 요즘 같은 날 더욱 더 찾게 된다. 또 주말 피크닉에 색다른 음식으로도 적합한듯하다.
◇ 주언 생각=매번 다른 스타일의 반미를 접해보곤 하는데 매번 먹을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 있다. 특히 그릴 돼지나 바베큐 돼지, 패티 또는 소고기 반미를 먹을 때면 어디선가 낯설지 않는 달콤한 감칠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 것은 한국 돼지갈비나 떡갈비를 이용해도 될 것 같다.
물론 완전한 한국 음식은 아니지만 밥보단 빵에 익숙한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이런 아이템을 이용하면 요즘 우리가 추구하는 한국음식 세계화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맨해튼에서 반미 샌드위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체인점 ‘파리 샌드위치(Paris Sandwich)’다. 차이나타운에 두 곳(213 Grand St. 113 Mott St.)이 있다.
☞ 김주언씨는 요리학교 CIA 졸업 후 노부와 크리스털 크루즈, 불레이, 뉴욕의 톱 프랑스 레스토랑 ‘퍼세(Per Se)’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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