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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고교생 딸의 첫 키스

Atlanta

2010.07.2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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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딸 아이가 제법 진지하게 나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딸아이는 "아빠, 저 지난 밤에 첫 키스했어요"라고 말하면서 까르르 웃는다.

나는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 뭐라고 답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툭 던진 말은 엉뚱하게도 "너 키스한 아이가 한국 아이니?"였다.

"아니요, 크리스 있잖아요. 중국애." 그 말을 듣는 순간 또다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래 어떻게 키운 딸인데 첫 키스를 다른 나라 애하고 하나.
그러나 나는 첫 키스의 추억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를 기쁘게 해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또 한번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다음에는 키스를 하더라도 한국애 하고 해라."
대학 1학년 말 딸아이로부터 '마음에 드는 남학생이 있어서 아빠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나의 첫 질문은 "한국아이지?"였고, 답변은 "아니요 중국 아이예요"였다.

"한국남자면 더 좋겠는데." "아빠는 목사님이면서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가을이 되면 대학 3학년이 되는 딸아이가 2주전에 스무 살이 되었다.
"아빠, 저 아주 가끔 술도 마셔요." "그래 친구들하고 놀다 보면 맥주 마실 수도 있지!" "맥주 말고요!" "아니 그럼 뭘 마시니?" "술이요." 맥주는 술도 아닌 모양이다.

자주 마시지는 않고 1년에 한두 번 친구들 생일에 마시는데 두 잔 이상 마시면 자제력을 잃는 것 같아서 그 이상은 안 마신단다.
'절대로 마약하지 말고 네 몸을 정결하게 지키라는 나의 말에 약속하면서도 "만약 아빠와의 약속을 못 지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아빠에게 먼저 말하겠어요"라고 한다. 나는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딸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학교에 목사 딸들이 많이 있는데 주로 두 그룹으로 나뉜다고 한다. 대부분은 그야말로 목사 딸답게 조신한 모범생들이고 나머지는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술마약섹스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나는 딸아이가 중국계 학생들과 잘 어울린다고 해서 내 딸이 중국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 딸이 가끔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고 해서 문제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밤 늦게 공부하다가 한 두 번 주일 예배에 빠졌다고 해서 내 딸을 신앙없는 아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딸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살아볼 가치가 있는 인생인지, 자기 나이에 맞는 폭 넓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대학을 마치면 한 2년 정도 평화봉사단과 같은 비영리 국제기구에서 봉사하겠다는 딸의 모습에서 나는 이 아이가 그래도 긍정적인 자화상을 가지고 의미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마음이 기뻤다.

이제 자유인으로 떠나보낼 때가 되어 가는데 내 마음은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문득 '고도원의 아침일기에서 읽은 글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딸에게 한 그루의 나무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말없는 사랑의 그늘이 되어줍니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불어 잎이지고 가지가 꺾여나가도 그루터기로 남아 조용히 눈물을 쏟으며 딸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버지의 사랑과 기도로 자란 딸은 망하는 법이 없습니다."


박덕은 목사 <훼잇빌 벧엘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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