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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人] "멀쩡한 애를 몽달귀신 만들 수는 없죠"

미혼 자녀 짝 찾아주기 부모 모임 '좋은만남 클럽' 이재수 회장

시작 4년만에 회원 5배 증가…답답한 부모들 짝 찾아 나서
부모들 조건 따지기 금물…다리만 놓고 뒷전 빠져야
일부 에티켓 실종은 유감…상대방에 대한 배려 중요


좀 조선시대 냄새가 난다. 그런데 회원수가 4년 반만에 500% 증가했다. 최근엔 비영리 단체로 등록도 했다. 좋은만남 클럽은 미주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을 ‘몽달귀신·처녀귀신’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염원을 담은 비장한(?) 모임이기도 하다.

이 모임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지금껏 회장으로 총대를 메고 있는 이재수(77)씨를 만났다.

-부모들이 나서서 자녀들 배우자를 고른다는 게 좀 구닥다리 방식 아닌가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지만 안 나서면 애들은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미국에서는 젊은 애들이 만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한국은 뭐 친구들이다 친지들이다 죄다 나서서 소개해주곤 하는데 여긴 교회 말고는 없잖아요. 이 녀석들도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 대고… 그래서 우리가 해결해주마 하고 나선 거죠. 우리는 뭐 한가해서 지네 엄마하고 결혼해서 자기를 낳았겠습니까?"

-그래도 부모들이 너무 나서면 문제가 없나요?

"장.단점이 있죠. 부모들이 조건만 보고 '커트'할 때가 많아요. 원래 이 모임의 취지는 부모들이 먼저 만나 서로 문화적 차이나 환경을 짐작해 보고 자녀들을 만나게 해주려고 시작된 겁니다. 만나게만 해주고 부모들은 빠져야 되는데 너무 개입하려해서 문제죠."

-장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부모들이 합의한 뒤에 본인들이 만나서 '필'이 통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되죠. 결혼을 앞두고 양가의 신경전 같은 게 거의 없습니다. 이럴 경우는 보통 2~3개월 안에 결혼 약속합니다."

-지금까지 몇쌍이나 결혼에 골인했습니까?

"4년 반 됐는데 30쌍 정도 됩니다. 회원수 대비 10% 정돕니다. 현재 회원은 616명인데 여자 351명 남자 265명입니다."

연령대는 여자 23~45세까지 남자 25~53세까지 다양한데 여자 28~30세 남자 32~34세 그룹이 가장 많단다. 모두 노총각 노처녀는 아니란 말이다.

-20대 자녀들까지 부모가 나서는 건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늦기 전에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게 하려고 일찍 등록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경우에 성사율이 아주 높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회원입니까?

"1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직으로 제한했는데 지금은 그런 거 없습니다."

-노총각 아드님 때문에 이 모임을 시작했다고 하던데.

"(웃음)아들이 노총각은 맞는데 그것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닙니다. 지금도 아들에게 푸시하지 않아요. 자기 인연이 있겠죠(아들은 52세 치과의사다). 좋은만남 클럽을 시작한 건 제가 맡았던 한인정신건강후원회 때문입니다. 한인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글도 쓰고 상담도 했는데 그 근원에 자녀 혼인 문제가 절반 이상이었어요. 그것 때문에 위장병에 만성두통 심지어 우울증까지 생긴 부모들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서로 만나서 자녀들을 맺어주면 어떨까 해서 시작한 거죠. 한마디로 애절함에서 시작된 겁니다."

-처음부터 회원 모집이 잘 됐나요?

"나부터도 '이게 잘 될까' 생각했고 실제 아무도 나서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같은 교인이던 박창영씨에게 이야길 했더니 '좋은 일이니 하자'고 해서 둘이서 시작하게 된 겁니다. 첫모임이 2006년 3월이었는데 글쎄 120명이 온 거지 뭡니까. 벙어리 냉가슴 앓던 부모들이 달려온거죠."

-에피소드들도 많을텐데.

"이건 부모들께서 좀 주의깊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만나기로 했던 커피샵에 어머니들이 동석하기로 했어요. 여자쪽 두사람이 미리 와 앉아 있었고 남자쪽 두사람이 나타났죠. 그런데 남자쪽 어머니가 자리에 앉지도 않고 '아이고…어머니는 괜찮은데 딸은…' 아들 손 잡고 휙 나가버리더랍니다. 딸이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지…딸이 '20분이 지났는데 왜 안오죠 엄마' 이랬답니다. 어머니는 끓어오르는 속을 누르고 '약속이 좀 잘못 됐나봐'하고는 자리를 떴답니다. 이런 에티켓이 세상에 어디 있나요."

한인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서 자괴감도 든다. 이런 일도 있었다.

"뉴욕에 살던 청년이고 직업이 약사인데 부모와 아들 셋이서 LA로 이주를 했어요. 아파트에 함께 살았죠. LA의 약사 아가씨를 소개해줬는데 이 아가씨 부모가 '총각은 좋은데 아파트에 살아서 싫다'고 했답니다. 딸은 그래도 마음이 있어서 만나보겠다고 했는데 어머니 때문에 못 만났죠. 제가 봐도 아주 좋은 청년이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LA근처에 아주 좋은 집을 예전에 사놨답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님 모시고 싶어서 그냥 부모님 아파트에 들어가 살고 있었던 거죠. 나중에 아가씨 집에서 후회를 많이 했지만 기차는 떠났지요. 그 아가씨 아직도 혼잡니다."

결혼이 성사된 30건은 다 기분 좋은 결실이란다. 치과의사인 청년과 리셉션을 도와주던 어머니 그리고 환자로 온 아가씨와 그 어머니. 어머니들끼리 처녀총각끼리 눈이 맞아 일사천리로 결혼으로 직행한 경우도 있단다.

-오프라인 모임은 LA지역에서만 진행되는 것 같은데 타주의 관심은 어떤가요.

"동부 쪽에서 전화가 많이 오고 직접 참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부쪽에서도 모임을 가져야 하는데 예산이 문젭니다. 비영리 단체 등록은 했지만 기부금을 받지 못해요. 첫 회원 가입할 때 200달러 받는데 이게 다 거든요. 매번 모임이나 소식 알림 비용으로 다 나갑니다. 어쨌든 10월쯤 뉴욕 모임을 가질까 합니다."

좋은만남 클럽은 한인 이민사회 문화의 한 단면이다. 가급적 한인과 짝을 맺었으면 이왕이면 좋은 배우자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들이 모인 곳이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배려 부족 자신에 대한 과신 에티켓 실종 등은 뜻하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어떤 부모는 "회장님 우리딸 시집 보낼 때까지 그만 두시면 안돼요"라고 농반진반의 말을 했단다. 이 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이 회장의 잔소리 플러스 "제발 눈높이 좀 낮추세요"

▶다들 부디 눈높이 좀 낮추세요, 너무 조건에 집착하지 마세요, 자녀들 만나게만 도와주고 부모들은 빠지세요. 그래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첫 만남에서 식사 자리는 피해야 합니다. 식사 때 자신의 많은 것이 드러납니다. 첫만남에 함께 식사 해서 잘 된 케이스는 10% 미만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부모님들은 에티켓을 잘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전화를 해서 출신 학교를 물어보고 성에 차지 않으면 두말 않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는 뭡니까. 부모들이 데리고 살 거 아니잖아요. 자녀들에게도 제발 서너번은 만나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의사와 CPA가 만났는데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데 어떻게 처음 보고 뿅~할 수가 있나요. 처음에 안보이던 매력이 두번째 보이고, 두번째도 안 보이던 매력이 세번째 보일 수 있거든요.

만난 사람=천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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