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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스타' 꿈꾸는 한인 2세 K양, "한국 노래가 더 귀에 쏙쏙…꿈 꼭 이룰거예요"

Los Angeles

2010.08.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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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대형 연예기획사 발탁, 쿵푸·중국어 등 맞춤형 교육
"연습 가기 싫어서 매일 울었어요."

연예인 지망생 K(16)양은 또래보다 키가 크다. 5피트 8인치다. 큰 키때문에 K양은 쿵푸와 중국어 수업을 듣는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체격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획사는 K양의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수업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처럼 연예 기획사들은 지망생마다 개성과 이미지에 맞는 개인기를 갖출 수 있는 '맞춤형 영재 교육'을 실시한다.

K양은 4년 전 한국무용 공연 무대에 섰다가 대형 연예 기획사에 발탁됐다. K양의 큰 키 서구적인 마스크에 한국무용으로 다져진 동양적 느낌 영어 실력이 기획사 관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획사측은 다른 연습생들의 교육 모습을 보여주면서 K양과 그녀의 가족들의 관심을 끌었다.

연예인이라는 꿈은 12살 K양을 설레게 했다. 화려한 무대와 팬들의 환호. 미래 수퍼스타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자녀의 꿈을 지원한다는 생각에 K양의 부모도 흔쾌히 승낙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계약 후 K양에게 휴일은 없어졌다. 평일 학교가 끝나면 무용학원으로 직행했다. 주말 스케줄은 춤 연습 보컬 트레이닝 중국어 쿵푸 수업으로 빼곡히 들어찼다.

K양은 "아무 것도 모르는 나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게 돼 어리둥절 했다"며 "그래도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을 꿈꾸며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한국 문화를 배우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한국에서 데뷔를 꿈꾸며 앞만 보고 달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잃는 것도 많았다. K양은 또래가 누려야 할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고 싶었지만 스타가 되기 위해 꾹 참았다. 연습 일정때문에 친구 생일 파티에도 가지 못했다. 주말이면 친구집이나 공원 대신 연습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춤 연습에 가기 싫어서 연습이 있는 날에는 연습실에서 매일 울기도 했다.

고된 연습생 활동은 K양 가족의 생활도 변화시켰다. K양의 어머니는 "수업이 있는 할리우드 지역까지 주말에 아이를 데려다주기 위해 2시간의 교통 정체도 마다하지 않고 다녔다"며 "모든 스케줄이 아이에게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지원해주고 싶어 감수했다"고 말했다.인내의 열매는 달았다. 고생은 잠깐이었다고 믿었다. K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꿈'에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가기 싫었던 춤 수업도 연습을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나 학업이 발목을 잡았다.

K양은 "연습생은 일주일 내내 개인 시간없이 모든 에너지를 (연습에) 다 쏟아내야 한다"며 "대학 입시가 다가오면서 연습생 생활과 학교 둘 다 완벽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일단 학업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예계약 문제로 계약 파기, 지금은 대학입시 준비 몰두
그래도 춤·노래연습은 계속, 미국서 데뷔 후 한국 가고파


기획사의 계약서도 문제가 됐다. K양의 학업과 관련한 조항은 아무 것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계약서에는 '을(연예인)은 데뷔 후 10년 동안 갑(기획사)과 전속 계약을 해야한다'는 조항까지 문제가 됐다. 연습생 시절은 포함이 안된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노예 계약인 것이다. 변호사와 계약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기획사측에 계약서 제공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K양의 부모는 기획사측에 계약 수정을 요구했다. 돌아온 대답은 '안된다'는 얘기뿐이었다. 기획사는 또 한국에선 부모들이 계약을 못 해 안달인데 왜 이렇게 뻣뻣하냐는 핀잔까지 줬다. K양 부모는 계약이 불합리하다고 믿었고 법정 싸움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계약은 파기됐다.

K양은 잠시 꿈을 접었다. 내년 대학 입시 준비에 한창이다. 그래도 춤과 노래 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다.

그녀는 "연습생 생활을 그만 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일단 대학에 가고 기회가 되면 미국 기획사를 통해 데뷔하고 싶어요." 그 다음에 한국으로 가고싶다고 했다. 왜냐고 묻자 "저는 한국인이니까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 노래가 귀에 더 쏙쏙 들어와요. 언젠가는 꼭 제 꿈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어요."

곽재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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