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싱그러운 포도넝쿨이나 빛깔도 곱게 윤기가 도는 가지를 보고 있노라면 고추잠자리 날아 오르기 전에 어서 물오른 8월의 맛뵈기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예전에 친정 엄마와 단둘이 떠났던 엄마의 제2의 고향 강릉여행에서 신사임당의 그림들을 본 일이 있다. 포도그림을 잘 그렸다는데 그밖에도 가지나 오이 심지어 수박을 소재로 한 그림 속에 방아깨비나 나비 개구리 사마귀 쇠똥벌레 따위가 함께 그려져 있었던 것이 어렴풋이나마 떠오른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니 소재의 신선함에 욕심이 나고 구렁이 담넘어가듯 나이를 먹다보니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자꾸 탐이 나기 시작한다. 이제서야 그 정감 있고 섬세한 신사임당의 그림속에 이야기들이 오늘 문득 그리운 매미소리와 함께 들려 올 것만 같은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