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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사실로 보기 어렵다"

Los Angeles

2010.08.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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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악연맹 등정겸험자 회의
참석자 상당수 사진에 의문 제기
여성산악인으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개의 봉우리를 완등, 세계 산악계를 놀라게 한 오은선(44)씨의 등정신화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대한산악연맹(회장 이인정)이 26일(한국시각) 지난해 5월 등정한 열 세번째 봉우리인 칸첸중가(해발 8586m) 등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날 연맹 회의실에 그동안 칸첸중가를 올랐던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김웅식, 김재수, 김창호 씨 등이 모여 장시간 논의를 한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날 모인 상당수의 참석자가 “오은선씨가 정상에 올라 찍었다는 사진에 나타난 지형은 칸첸중가 정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오씨가 설명한 등반 과정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는 사안의 파장을 고려해 이인정 연맹 회장이 직접 참관했다. 이 회장은 “어제 오은선과 만났는데 등정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최고령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으로 기네스 북에도 등재된 김명준(재미한인산악회)씨는 “일년 내내 눈보라와 만년설이 존재하는 정상이라 사진만으로 판단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본인이 정상이라고 믿었다면 정상이 아니겠는가. 설사 정상이 아니라는 결정이 나더라도 의도적으로 그랬을리는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씨는 2004년 남극 빈슨 매시프 봉을 오를 때 오씨와 2주간 등반을 같이 하기도 하는 등 산악인으로서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오씨는 지난 2월 마지막 봉우리인 안나푸르나 등정을 앞두고 가주의 맘모스 스키장 일대에서 마지막 훈련을 하기도 했다.

재미대한산악연맹의 조용식 회장은 “산악정신이 상업화와 등정주의로 오염되고 변질되는 세태가 안타깝다. 진실은 본인만이 아는 것이겠지만 성취욕 때문에 산악인으로서의 자부심마저 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한산악연맹이 공개적으로 이같은 부정적 논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오씨의 등반 사실이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최초 등정자의 자리는 에두르네 파사반에게 넘겨질 뿐만 아니라,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산악계에서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산악인들은 등정 여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기관이 없는 데다 뚜렷한 증거도 없기 때문에 오씨 스스로 입증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입은 모은다. 일각에선 오씨가 모든 의혹을 풀기 위해선 14좌 여성 첫 완등이라는 타이틀을 내어 주더라도 다시 한번 칸첸중가를 올라야 할 것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엄홍길, 박영석씨 등이 의혹이 제기된 봉우리를 다시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연맹의 발표에 대해 오씨는 다음 주초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백종춘ㆍ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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