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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ML 드래프트 외야수 허민 "'더 쇼'에서 인사 드리겠습니다"

Los Angeles

2010.08.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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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601번으로 애리조나 D백스 지명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보는 것은 모든 야구인들의 꿈이다.

그래서 마이너리거들은 메이저리그를 두고 '더 쇼(The Show)'라 부른다. 한 번이라도 '쇼'를 맛본 마이너리거들이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은 물론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게 얼마나 힘든 지는 케빈 코스트너 주연 영화 'Bull Durham(한국에서는 '19번째 남자'로 알려진 영화)'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마이너리거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이 영화는 스포츠 영화 사상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는다. 메이저리거 꿈을 결국 이뤄내지 못한 마이너리거 출신 감독 론 셸튼이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셸튼은 "메이저리그 꿈을 품은 동료들과 함께 한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빅리그에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었다"면서 후배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지난 6월 2010 메이저리그 드래프트가 열렸다. 50라운드까지 진행됐고 총 1525명의 선수들이 호명됐다. 전체 601번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지명된 허 민(22ㆍ미국명 마이클)도 '더 쇼'에 언젠가 올라서겠다는 꿈을 품고 있는 마이너리거다.

한인선수로는 지난 2006년 드래프트 때 LA 에인절스에 지명된 유망주 최 현(미국명 행크 콩거) 이후 처음으로 드래프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허 민은 어려서부터 출중한 야구실력을 자랑했다.

발렌시아 고교 야구부에서 '올 풋힐 리그 퍼스트팀(2005 2006)' 야구 리소스 토너먼트에서는 MVP에 선정됐다. LA 출신의 그는 전액 장학생으로 UC 리버사이드 야구부에서 활약 이동안 빅 웨스트 올 컨퍼런스 퍼스트팀에 두 차례(2009 2010)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시즌 대학리그에서는 타율 3할2푼9리 8홈런 43타점의 호성적을 올리며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모았다. 6피트 1인치 190파운드의 균형잡힌 몸을 갖춘 그는 "바깥쪽과 안쪽볼을 가리지 않고 잘 치는 게 장점"이라고 자평한다. "파워를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는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교포 2세로서 포니리그와 대학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 팀에 드래프트 된 자신의 야구생활이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았다고 밝혔다.

우완우투인 그는 "리틀리그 시절 동양인에 대한 차별대우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죠"라고 회상했다. "다른 친구들은 여러번 실수해도 계속 기회가 주어졌는데 나는 딱 한 번만 실수해도 곧바로 벤치신세였어요. 이런 환경 속에서 경쟁을 뚫는 게 힘들었습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그는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야구를 했다. 비록 높은 순번은 아니지만 연습량이 그를 드래프트에 지명되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허 민은 드래프트 된 뒤 어깨부상을 당해 현재 재활 훈련에 들어간 상태라 아직 루키리그에서 뛰지 못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몇 개팀에서 접촉이 있었지만 그는 미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메이저리그 꿈도 유효하다. 그는 "지금까지도 어려운 길이었지만 앞으로가 더 험난할 것"이라면서 "한계단씩 올라간다는 마음으로 뛸 겁니다. 그러다보면 노력한 만큼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라며 굳은 결의를 다졌다.

■허민 아버지 인터뷰…"정보력이 아이의 야구인생 좌우"

허 민의 아버지 벤 허씨는 못내 아쉬워한다.

그는 "정보 부족이 가장 아쉽습니다. 노하우가 너무 없었고 주위에 아이를 야구선수로 키우겠다는 한인 분들도 없었거든요"라면서 만약 조금만 더 정보력이 좋았다면 아들의 드래프트 순번도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민이 야구 기대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컸지만 벤 허씨는 "야구정보를 많이 알지 못했던 게 아들한테 가장 미안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미국야구도 결국 인맥이 미래를 좌우한다고 역설했다.

한인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유독 골프만 가르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골프는 혼자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주류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고생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야구는 달라요. 야구에 재능을 보여도 부모들이 코치와 관계를 잘 유지하고 어느 학교 어떤 리그에 보내야 할 지를 잘 결정해야 합니다."

USC에서 MBA 학위를 받은 뒤 JJ 그랜드 호텔 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허씨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익힌 정보를 한인 학부모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실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제 꿈입니다"라고 말했다.

관련 문의는 661-799-7678 [email protected]으로 하면 된다.

원용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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