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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사람] 안·소·연, 28세 한인여성 디자이너 할리우드 패션을 만들다

'유캔댄스' '아메리칸 아이돌' 의상디자이너·스타일리스트로 맹활약

안소연은 할리우드의 패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보증했다. 그녀에게 2년 연속 TV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우는 에미상을 바친 것이다. 그녀가 수상한 카테고리는 '최우수 버라이어티/뮤직 프로그램 의상상'. AMPAS는 매년 영화와 TV를 대표하는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을 주최하는 단체다. 영화계로 치자면 안소연은 아카데미 의상상을 2년 연속 수상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좋아요. 오래도록 이 일만 해오셨던 분들이 '상 받을만 하다'고 인정해주신거잖아요. 제 재능은 물론 함께 일해 준 우리 팀 전체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해요. 요새 들어 TV쇼에서 저희만큼 창의적 의상 작업을 하는 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엄청나게 빠른 성장이다. 일러야 30대 후반 40대 초반이 돼야 이 정도 자리에 오르는데 그녀는 20대에 이만큼이나 왔다.

요새 업계에선 안소연의 이름 앞에 'TV가 가장 사랑하는'(TV's favorite)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그럴만하다. 그녀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두 리얼리티쇼 '유캔댄스'(So You Think You Can Dance)와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의 의상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다. '유캔댄스' 시즌 4~7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89의 참가자 모두의 의상은 그녀가 만들거나 코디했다. 제이 레노의 '투나잇쇼'(Tonight Show) 뮤지션들의 스타일링도 담당하고 있다.

리얼리티쇼는 그녀의 특기 중 특기다. 패션 센스는 물론 참가자들의 특징과 그들의 공연 스타일을 빠르게 파악하는 감각 순발력 카리스마를 두루 지녀야 하는 분야에서 안소연은 더욱 빛난다.

그에게 에미상을 두 번 연속 안겨준 것도 리얼리티쇼 '유캔댄스'다. 전국의 무명 댄서들이 최고의 춤꾼 자리를 놓고 치열한 춤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힙합 재즈 컨템프러리 볼리우드 스타일까지 온갖 장르가 나와요. 안무가들과 춤의 콘셉트, 스토리, 댄서들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 춤, 이 댄서엔 이런게 어울리겠다’하고 옷을 만들어요. 댄서들이 춤을 추는 순간 비로소 살아나는듯한 의상을 만들려고 해요. 춤과 의상은 공생관계에요. 의상은 댄서들의 춤에 생명력을 주고, 그 댄서들의 춤 역시 제 옷에 생명력을 주니까요.”

날고 긴다는 댄서들이 매주 10여명씩 출연해 춤대결을 펼치는 만큼 돌발상황이 많다. 이번 시즌부터는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어 긴장이 더하다.

“머리 뒤로 다리를 올리는 안무처럼, 별 기상천외한 동작이 다 있잖아요. 게다가 춤을 계속 추다 보면 근육이 점점 커져서 옷이 튿어지기도 한답니다. 방송사고 날까봐 항상 조마조마해요. 한번은 여자 댄서 어깨 끈이 끊어져 놀라는 장면이 뉴스에까지 나왔어요. 혹시를 몰라 테이프를 있는대로 붙여 고정시켜 놓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몰라요. 댄서들은 테이프 붙이기 싫다고 항상 투정들을 하지만, 어림도 없죠.”

수퍼스타를 꿈꾸는 재능있는 가수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은 그녀에게 ‘변신시키는 재미’를 준다.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소녀를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시키기도 하고, 자신감 넘치는 개성 강한 이에겐 직접 만든 전위적 의상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정말 보람돼요. 평범하고 이름없던 이들을 멋지게 변신시키는거죠. 참가자들이 추구하는 음악세계와 맞는 패션으로 그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그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다는 건 너무나 창의적인 작업이에요.”

셀러브리티들의 스타일도 그녀가 책임진다. 머라이어 캐리, 제니퍼 로페즈, 에이브릴 라빈, 핑크, 케이트 보스워스가 그녀를 통해 변신을 거듭했다. 지금은 캐리 언더우드의 투어를 맡고 있다. 패션잡지 에디터일에 각종 패션 컨설팅도 하고 있다.

그녀의 신념은 간단하다. ‘트렌드 팔로워’가 아닌 ‘트렌드 세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디자이너인 동시에 스타일리스트라는 점은 그녀에게 많은 플러스 요인이 됐다.

“기존의 패션 공식을 해체시키기, 다양한 엣지 더하기, 의상과 캐릭터에 재미난 트위스트 주기를 즐겨요. 그 점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거죠.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라는 점도 저에겐 유리했어요. 패션계의 ‘넥스트 제너레이션’이라 여기고 새로운 눈과 감각을 높이 쳐 주시는 것 같아요.”

맡은 일이 많다 보니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것은 당연지사. 일주일에 한 두번은 마사지를 받아야 할 만큼 힘든 일정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단다. 모든 일이 하나같이 다 재미있기 때문이란다.

앞으로의 계획도 당차다. 브랜드 런칭도 준비 중이다. 몇 년 후엔 대중적 메인스트림 패션 라인과 커스텀 디자인만 하는 부티크도 운영하고자 한다. 가장 ‘핫’한 아티스트, 독특한 패션과 퍼포먼스로 유명한 레이디 가가와도 꼭 한 번 일을 해보고 싶다고.

“원래 특이한 뮤지션들을 좋아하거든요. 레이디 가가와 함께라면 디자이너로서 제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들은 저보고 이른 나이에 이미 많은 걸 이뤘다 하지만, 전 더 할 일이 많아요. 최선을 다해야죠. 어느날 하늘의 천사가 내려와 ‘후회없는 삶을 살았느냐’고 물어봤을 때, 망설임없이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린시절 안소연은…"갖고 싶었던 바비인형, 직접 바느질해 놀았죠"

안소연은 '검소한 부모님'덕에 패션에 눈을 떴다. 비싼 돈 주고 바비인형의 옷을 살 바엔 직접 만들어 입히자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엄마 아빠가 정말 검소하셨어요. 그래서 용돈 1달러를 받아 직접 천을 사다가 옷을 만들었어요. 바느질을 어디서 배웠는지도 모르겠어요. 양말을 깁던 할머니를 보고 배웠을까요? "

8살때였다. 부모님은 척척 바느질을 해대는 딸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셨다.

"엄마 아빠가 보시더니 '넌 진짜 좋은 의사가 되겠다. 수술 하나는 정말 잘해겠구나' 하시는 거에요! 제 반응이요? '맙소사'였죠!"

그녀가 본격적으로 패션의 길을 가겠다 결심한 건 16살 때였다. 그 때 그녀는 살짝 진로고민 중이었다. 한 쪽은 패션 다른 한 쪽은 스포츠였다.

"발리볼 축구 육상을 두루 했어요. 마침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장학금 줄테니 발리볼 선수로 오라 그랬어요. 근데 오티스도 장학금을 주겠다는거에요. 이럴까 저럴까 하다 '그냥 아트를 해야겠다' 싶어 결정했죠 뭐"

부모님은 노발대발이셨다. 패션은 미래가 없다며 반대하셨다.

"학교 다니는 중에도 계속 부동산 학교 가라 영구 문신을 배워봐라 비달 사순 가서 헤어 스타일링을 배워 봐라 사정 하셨어요. 부모님이 LA한인타운서 미용실을 오래 하셨거든요. 그 뒤를 잇길 바라셨었나봐요. 그냥 '네네' 하면서 다녔더니 나중엔 제가 뭘 하든 상관을 안하시더라고요. 지금이요?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시죠."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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