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Use it or lose it’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용을 하지 않으면 잃고 만다’, 즉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기능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녹이 슨다는 뜻이다. 자동차나 기기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 때라도 가끔 정비해주고 활용을 해줘야 하고, 사람의 신체도 마찬가지로 매일 몸을 움직여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영어 실력도 예외는 아니다.
“영어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에 산 지 십수 년인데, 아직도 미국 사람 만나도 영어가 안 나와요.”
필자가 영어를 가르치거나, 영어교육 방법론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이런 질문을 던지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편이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불편 없이 하지만, 유창하고 논리적인 토론이나 글쓰기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 질문의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공통적인 고민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영어를 더 잘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해 본다.
“영어를 하루에 얼마나 많이, 자주 말하시나요?”
“영어 신문이나 영어로 씌어진 책을 얼마나 자주, 많이 읽으시나요?”
“영어로 글 쓰는 일을 얼마나 자주, 많이 하시나요?”
“잘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얼마나 자주 사전을 찾아보시나요?”
“한 줄짜리 일기라도 매일 영어로 뭔가 기록을 남길 생각은 있으신가요?”
“댁에 한국어 방송이 나오나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시나요? 그것을 자제하고 그 시간에 영어방송을 보시면 어떨까요?”
“영어는 배우고 싶지만, 학비가 부담스럽다고요? 집 근처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어교실이 있을 텐데, 그곳에 가서 영어 연습을 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무료 교실은 믿을 수가 없다고요? 천만에요. 지역이나 교회에서 제공하는 ESL 프로그램의 선생님들도 대개 자격을 갖추고, 따로 교육도 받은 분들이거든요.”
“지역 영어교실에 갔더니, 미국인은 없고 이민자들만 와서 떠들어서 영어가 늘 것 같지가 않는다고요? 이민자들의 영어도 영어인데요. 입 다물고 안 하는 것 보다 서툴러도 모여서 자꾸 영어를 해야 영어가 자라지요.”
“바빠서 따로 영어를 배우고 익힐 시간이 없다고요? 자동차로 이동할 때 영어 뉴스 방송을 정해놓고 청취한다거나 혹은 지역 도서관에서 빌려올 수 있는 쉬운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영어 청취력을 키우시면 어떨까요?”
“이웃에 사는 사람들과 한마디라도 영어로 인사하시나요?”
주로 이런 질문을 두서없이 던지면서, 우리들이 공통적으로 자각을 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우리가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미국사회에서 지내고 있긴 하지만, 영어를 꼭 써야 할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딱히 영어를 잘하기 위한 노력을 그다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력하지 않고 입을 꽉 다문 채, 아무것도 안 하면서 영어 실력이 부쩍 자라고 다른 미국인들처럼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고 쓰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대개의 경우, 영어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분에게는 ‘영어일기를 꾸준히 써보시라’고 권하는 편이다. 일기라도 몇 줄 쓰다 보면 사전을 한두 번 찾을 일이 생기고,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영어에 대한 눈과 귀가 열릴지도 모른다. 말하기 듣기 실력을 키우고 싶은 분께는 누구라도 좋으니 영어 대화 상대를 찾아서 자주 그와 이야기를 하시라고 권한다. 꼭 원어민 미국친구가 아니어도 좋다.
이웃에 새로 이사 온 영어가 서툰 이민자라도 좋다. 영어를 사용하여 대화하다 보면 영어가 자란다. 고급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수준이 비슷한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서 주제가 있는 영어토론이나 글쓰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기울이지 않은 채 입 꾹 다물고, 영어에 대하여 고민 하다 보면 입에 녹이 슬고, 영어가 당신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
가을을 맞이하여 각종 사회, 종교, 지역단체에서 무료 ESL교실, 혹은 교재비만 받는 영어교실들을 많이 개설하여 학생 모집을 하고 있다. 영어교실에 대한 정보는 마을의 도서관에 가서 안내지를 받을 수 있고, 커뮤니티 센터나 신문에도 광고가 나가므로 쉽게 찾을 수 있다.
“Use it or lose it.” 안 쓰면 녹슨다. 녹이 슨 기계도 닦아주고 기름 쳐주고 활발하게 사용 하다 보면 다시 빛이 나고 유연해지는 법이다. 영어에 대한 고민은 이제 안녕. 영어에 대한 미련과 스트레스에 작별을 고하고 가을바람을 쐬며 동네 영어교실에 나가보시면 어떠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