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마지아 수녀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끈한 밥을 식판에 담아내기 시작하자 길게 줄을 늘어선 엄마와 아이들의 눈동자도 그의 손을 따라 움직인다. 마지아 수녀의 기도하는 손이 이 곳에서 밥 퍼주는 손이 됐다.
예수사랑나눔선교회(예사나)와 조지아 꽃동네가 함께 급식봉사에 나선 지난 5일. 1차 배식장소였던 여성·어린이 쉼터인 애틀랜타 유니온 미션에서 조지아 꽃동네의 마지아 원장수녀를 만났다.
개신교 선교단체인 예사나와 천주교의 꽃동네가 함께 뜻을 모아 마련한 이번 배식은 이영배 예사나 대표 뿐 아니라 마지아 수녀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그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바로 내가 하는 일인데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예사나와 함께하지 못할 것도 없다”며 “첫 배식을 앞두고 이 목사님과 많이 대화하고 함께 기도했다”고 말했다.
사랑과 나눔 앞에서는 종교를 떠나 모두 하나가 된다는 것이 마지아 수녀의 생각이다.
현재 조지아 꽃동네 원장 수녀인 그는 오갈 곳 없는 5명의 노인들을 모시고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눔에 갈증을 느껴 4개월 전부터 꽃동네 가라지 세일을 열어 마련한 돈으로 한 달에 두번 다운타운으로 나가 노숙자들에게 먹을 것과 양말, 담요 등을 나누어 주고 있다.
마지아 수녀는 “처음 노숙자들을 만났던 날, 차가운 바닥을 침대삼아 잠을 청하는 그들이 자꾸 생각나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그 이후로 계속 노숙자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예사나를 알게 되어 꽃동네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꽃동네에서 가난하고 병든자와 함께 25년의 세월을 보낸 그는 예사나와 함께 봉사하는 일을 ‘같은 길을 걸으며 함께 호흡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칸도 없고, 나뉨도 없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며 “이 목사님도 나도 어려운 이들에게 배푸는 사랑은 그들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마지아 수녀의 첫 배식지인 여성·어린이 쉼터 애틀랜타 유니온 미션은 그에게 특별하다. 그는 “뒷바라지하시는 어머니의 희생이 있어 현재의 우리가 있다”며 “오늘 부엌에서 어머니가 밥을 해주는 마음으로 이 사람들 앞에 섰다”고 말했다. 한 여인의 헌신과 희생이 누군가를 일으키는 힘이 되듯이 이들이 차려주는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 마지아 수녀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