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케네디? 한국의 언론은 그를 ‘듣보잡’ 작가라고 칭했다. ‘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란 뜻으로 기발함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인들 사이에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란다. 그런데 발간 한달도 안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블로그와 독서모임 카페를 통해 입소문을 탔고 뉴욕타임스 등 세계 언론들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소설”이라고 이구동성 호평을 한 덕분이다.
참고로 더글라스 케네디는 1955년 뉴욕에서 태어난 미국작가지만 미국사회를 향한 비판적인 시선 때문에 미국 보다는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인기절정인 베스트셀러 소설가다.
소설은 월가의 고액연봉 변호사 벤이 우발적인 살인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존재와 이름을 바꾸고 소도시 마운틴폴스의 사진사 게리로 살게되는 이야기다. 넓은 의미에서 스릴러이기 때문에 내용을 말하면 책을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주인공 벤은 중상류층이 모여 사는 교외의 고급 주택에 살며 매력적인 아내와 사랑스런 아들을 두고 있다. 돈도 잘번다. 그런데 행복하지는 않다. 사진가가 되고 싶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전혀 원치 않았던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다. 역시 작가의 꿈이 좌절된 아내는 두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로 눌러앉게 된 분노를 남편에게 토해낸다. 결혼생활은 위기이고 더 나은 생을 위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순식간에 일이 벌어진다. 아내의 불륜으로 인한 살인, 살인을 완전범죄로 만들기위한 계략 그리고 새로운 삶과 희망, 또다른 위기….
재미있는 드라마 한편을 정신없이 봤다고 할까.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미국 교외지역의 중산층들이 돈을 들이부은 호사취미로 마음의 공허함을 메꾸려고 한다거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그 주변부를 맴돌며 갈망을 채워야하는 것이 현대인의 삶의 한 단면이라는 것에 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설의 진행은 어쨌든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이 소설도 현재 영화로 제작중에 있다.
그리고 주인공 벤의 이 말은 마음에 와닿기도 한다. “내말 잘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