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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당구장] 단골마저 발돌려…타운 당구장들 "아, 옛날이여"

Los Angeles

2010.09.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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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서는
4년새 절반…10여곳 뿐…손님도 수입도 30% 줄어
업소들, 대회 등 적극 마케팅…LA 당구문화 부활에 총력
한때는 한달에 1만 달러 수입도 가능했다. 금 토 일 주말 사흘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박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수익이 보장되는 업종이었다. LA한인타운 내 당구장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은 먼 이야기가 돼버렸다. 요즘엔 한달에 5000 달러 수입도 쉽지 않다고 당구 관계자들은 전한다.

386세대들의 '마지막 놀이터' 당구장이 타운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앙일보 업소록을 분석한 결과 LA한인타운내 당구장은 2006년 20여개에서 2010년 10여개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 2년간 새로 문을 연 당구장도 없다. 주인이 바뀐 당구장만 있을 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불경기 때문이다. 경제 한파로 당구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단골 고객들마저 치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타운 내 오양 당구장측은 "2007년 인수 당시보다 손님이 20~30% 줄었다"고 말했고 명동 당구장측은 "지난 2003~4년보다 수입이 30~40% 줄었다"고 덧붙였다.

살림살이는 어려워 지는데 렌트비는 계속 올랐다. 현재 타운 내 몫 좋은 당구장의 한달 렌트비는 1만 달러가 훌쩍 넘는다. 지난 1991년 당시 6가와 알렉산드리아의 성일당구장 렌트비는 3000 달러였다. 최근 타운 내 한 당구장은 수개월간 렌트비를 제 때 내지 못해 결국 주인이 바뀌었다.

사정은 어려워도 당구 요금은 올리지 못한다. 고객을 잃을까 두려워서다. 1990년대 초반 시간당 9달러 혹은 12달러에서 현재 12달러 혹은 15달러로 20년간 고작 3달러 올랐다.

지난해 말 당구장 주인들이 모여 15달러로 통일하자고 합의까지 봤지만 여전히 12달러인 곳이 많다.

고래 당구장 방진영 사장은 "10년 전에 렌트비 인건비 물가는 모두 올랐는데 당구비는 거의 제자리"라며 "요즘에는 현상유지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대중화 속에 불기 시작한 PC방 바람이나 저렴해진 노래방도 한 요인이다.

LA만의 '독특한 문화'들도 당구장을 멀리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당구장 업주들은 골프가 '당구의 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 비해 저렴한 골프 라운딩 요금은 "당구 칠 시간에 골프 친다"는 말까지 나오게 했다.

당구라는 '놀이문화'가 1.5세나 2세 신세대들에게 외면받는 것도 LA만의 추락 이유다.

한 업주는 "한국에서는 당구장에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지만 LA에서는 젊은 층이 거의 없다"며 "그나마 당구장을 찾는 넥타이 부대들마저 사라지면 LA에선 당구장 자체를 찾기 어려워질 지 모른다"고 말했다.

악조건속에서 안간힘을 쓰는 일부 업소들이 업계에 희망을 주고 있다.

영 당구장은 최근 당구대에 신경을 썼다. 선수용 쓰리쿠션 당구대를 6대로 늘렸다. 고래 당구장도 마찬가지다. 시설 보수는 물론 적극 마케팅으로 맞서고 있다. 이 당구장은 최근 상금까지 걸고 재오픈 기념 당구대회까지 열며 당구 문화 부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타운 내 한 당구 관계자는 "위기 때 일수록 대회 개최나 영업시간 연장 등 공격적인 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또 큐대와 당구대 교체 등 시설 투자도 발길을 돌린 손님들을 다시 오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박상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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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10년만에 명성 되찾았다
올해 2만3000곳으로 증가…대부분 고객은 30·40대
산뜻한 내부·가격 인하…서비스 차별화로 성공


LA와는 반대로 한국에서는 '※' 간판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외면받던 당구장이 최근 산뜻한 인테리어와 가격 인하 차별화된 서비스로 손님 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구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2만8000여 곳이었던 당구장이 2003년 절반으로 줄었다가 올해는 2만3000곳으로 늘어 10여년전 수준으로 다시 증가했다. 특히 이중 3700여곳은 최근 2년내 새로 개업한 업소들이다.

당구장이 부흥에 성공한 요인으로 당구장 업주들은 PC방 노래방 성인오락실 등 새로운 놀이문화가 점차 시들해지고 불법 성인오락실 단속도 강화되는 등 외부 환경 변화를 먼저 꼽았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이 최근 불경기에 가벼워진 직장인들 주머니 사정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서울시내 당구장 요금은 10분당 1000원~1800원선으로 4명이 2시간을 이용해도 채 2만원이 안된다. 고객의 대부분은 30대와 40대가 대세다. 이들 직장인 세대들이 예전 대학생 시절을 추억하며 당구장을 다시 삼삼오오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주들은 입을 모았다.

과감한 인테리어 투자도 한몫하고 있다. 종전의 담배연기 자욱한 죽치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실내는 고급스런 카페를 연상시킨다. 인터넷 PC와 잡지는 물론 각 종 음료와 스낵 제공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비롯해 공기 청정기 등까지 갖췄다.

10년간 악전고투를 벌여온 한국 당구장 업계의 성공전략은 쇠퇴기에 접어든 LA 업계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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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당구장은? 1924년 일본 유학파 사교장 '무궁헌'

한국에서 당구장이 최초로 생긴 것은 일제 강점시대인 1924년으로 알려졌다. 당구장 이름은 '무궁헌'이다. 일본 유학파들의 사교장 역할이 목적이었다. 무궁헌의 존재는 최근 당구계 원로 조동성 씨의 증언으로 알려졌다.

무궁헌 개업 직후 광교 당구장과 종로 당구장이 연달아 문을 열었다. 당시 당구대는 2대에 불과했다.

태평양 건너 LA는 어떨까?

타운에서는 정확히 언제 당구장이 생겼는지에 대해 서로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에서는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당구 매니아'를 자처하는 김순구(58)씨는 "1980년대 부터 당구장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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