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한국어 모두 익숙한 그의 업무는 사무직으로 한 달 3000 이상의 봉급에 직원용 아파트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주중에는 몽고메리의 직원용 아파트에서 지내고 주말에는 85번 고속도로(I-85)를 타고 애틀랜타로 올라와 가족과 함께 보낸다.
김씨는 I-85 한인상권에 새로 합류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동안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만 머물렀던 애틀랜타의 한인 상권은 이처럼 I-85 남북 방향으로 확산되며 광역화되는 추세다.
▶한국 기업 진출 러시= 애틀랜타의 한인 생활권이 광역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지아 앨러배마를 비롯한 남동부 지역에 한국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이나 LA에 비해 땅값이 싸고 주 정부가 주는 각종 세제혜택과 인센티브와 함께 노조도 활발하지 않아 미국에 거점을 마련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에겐 안성맞춤이다.
현재 조지아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기아차를 비롯 LG하우시스 펜텍 하나 LNC 삼성 LED SKC 등 10여 개에 달한다. 또 앨러배마주에는 현대차와 포스코 공장이 들어섰고 조만간 현대중공업 공장을 가동한다.
이밖에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전기차 업체인 CT&T가 이달중 공장 건설을 완료한다.
대기업과 함께 진출한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남동부는 한국 기업의 최대 생산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의 진출과 물동량 증가에 대응해 기존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3일 인천-애틀랜타 화물노선을 새로 취항했다.
아시아나의 박형선 애틀랜타 지점장은 "한국 대기업들의 진출로 조지아와 앨러배마 등지의 물동량이 최근 수년간 크게 증가한데다 물류 중심지인 애틀랜타의 지리적 이점때문에 앞으로도 화물항공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애틀랜타는 미 남동부의 허브도시로 물류이동의 중심지이자 동시에 남미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I-85따라 한인타운 발전=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늘면서 I-85 남쪽 기아차 공장 인근의 라그란지 뉴난 콜럼버스 현대차 공장이 있는 몽고메리와 오번을 중심으로 새로운 한인타운이 형성되고 있다.
조지아주에서는 오랜 역사를 지난 콜럼버스 한인사회가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인근 라그란지에 주재원 거주 아파트와 한국식당 병원 수퍼마켓 등이 차례로 들어서고 있다.
몽고메리 한인사회가 활기를 띠고 오번에서는 지상사와 유학생 중심으로 올 들어 '오번 한인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최근 한인들을 대상으로 SAT강좌를 개설한 이기붕 전 몽고메리 한인회장은 "SAT강좌가 며칠 만에 마감돼 한인회도 놀랐다"며 "한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교육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진출로 인해 지역 한인들의 일자리와 창업기회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애틀랜타에서 몽고메리로 이주한 박형선 씨는 "하다못해 식당에서 일해도 몽고메리가 애틀랜타보다 팁이 더 많다고 한다"며 "애틀랜타에서의 비즈니스 경험을 살려 창업기회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럭 수송도 마찬가지다. 조지아 트럭커협회 배덕길 회장은 "한국기업들의 진출로 트럭커들이 조지아 사바나 항구에서 대형 철제 코일과 기계 등 공장설비를 부지런히 웨스트 포인트나 앨러배마로 실어나르고 있다"며 "요즘엔 한인 트럭커들의 인기가 높아져 구인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고 밝혔다.
신한아메리카은행 둘루스 지점의 심규철 지점장은 "기아차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나 현대차 공장이 있는 앨러배마주 버밍햄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비즈니스를 위해 애틀랜타에서 공장주변으로 이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직은 상권 형성이 미미한 편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인상권 남동부 전역 확대= I-85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형성되고 있는 한인경제권의 5~10년 중장기 전망은 매우 밝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등 한국 기업들이 현지 진출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I-85는 북쪽으로 샬롯 그린스보로 랄리 훼잇빌 등과 같은 노스캐롤라이나 한인 거주지역까지 이어진다.
김정호 노아은행장은 "최근에도 한국 몇몇 대기업이 남동부 지역에 공장을 세우거나 애틀랜타에 판매법인을 세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대기업들의 남동부 진출은 애틀랜타와 더불어 조지아주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며 5~10년내 애틀랜타 지역 고용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콜럼버스주립대의 하종욱 교수(경영학)는 "대표적 제조산업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잘 인식할 수 있는 산업이 자동차산업"이라며 "자동차뿐만 아니라 관련 부품업체 지상사들이 잇달아 진출하면서 정보교류와 협력이 강화되는 등 한인 상권의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I-85를 따라 앨러배마부터 테네시 캐롤라이나까지 I-65로 몽고메리에서 버밍햄까지 한인상권을 커버하면서 남동부 전체를 아우르는 한인 경제권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곳이 한국의 비즈니스 투자구역으로 각광받으면서 지상사 주재원 배우자와 자녀의 생활 안정을 모색하는 한인들이 폭넓은 생활권을 형성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 교수는 이어 남동부 지역 전체로 볼 때 한인 상권은 애틀랜타가 소비 중심 허브를 맡고 각 지역은 기본적 의식주아 생필품 위주의 소상권을 이루는 지역 분담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의 발달한 쇼핑문화에 익숙한 한인들에게 지역 상권은 역사도 짧고 아직 취약하다"며 애틀랜타라는 대도시가 그렇게 멀지 않다 보니 지역 상권은 생필품 식당 등 당장 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맡고 애틀랜타는 쇼핑편의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