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A급 감독·작가와 계약…제작비 8000만달러 이미 확보 최종 대본작업, 내년 4월 촬영…한국서 한국기술로 작업 추진
4성 장군인 제임스 T. 콘웨이 미국 해병대 총사령관(Commandant of the Marine Corps)을 비롯해 해병대 수뇌부가 총집결하고 250여 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들도 모였다. 한국인에겐 ‘잊혀진 전투’, 그러나 미군사에는 ‘전설’로 남아 있는 장진호 전투의 정신을 기리고자 엄숙하고도 비장한 가운데 치러진 이날 행사에는 단 한 명의 한국인만이 공식 초청돼 자리를 빛냈다. 제이슨 원(Jayson Won·40·한국명 수찬).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제작비 1억 달러 규모의 3D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겠다고 공표한 주인공이다.
지난 봄 제이슨 원씨는 매드미디어 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사를 설립하고 2012년 개봉 예정으로 '혹한의 17일'(17 Days of Winter)이라는 제목의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영화 제작 경험이라곤 전무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할리우드의 A급 프로듀서 감독 작가가 '혹한의 17일' 작업에 함께 하기로 계약을 마쳤다.
업계 최고 권위지인 '버라이어티'(Variety)도 '혹한의 17일'의 제작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며 "디지털 3D로 만들어져 발표될 최초의 전쟁 서사물"이 될 것이라 기대감을 표했다.
총괄제작자인 제이슨 원에 대해서도 "4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소개하며 "이미 8000만 달러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캐스팅도 로케이션도 발표되지 않았지만 '혹한의 17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혹한의 17일'은 어떤 내용의 영화입니까.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와 그로 인해 피난할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쟁이란 극단의 상황에서 발휘되는 영웅적 인류애에 주목했습니다. 전쟁통의 냉혹한 배고픔과 추위 엄청난 위험 속에서 전혀 알지도 못했던 누군가를 위해 싸우고 희생한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보다 이타적인 행위일 것입니다. 전쟁은 인간의 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위대한 선을 행하는 모습도 드러냈습니다. 이를 기념하고자 하는 것이 '혹한의 17일'의 기본 정신입니다."
-왜 하필이면 장진호 전투였습니까.
"저희 아버지가 장진호 전투로 살아남은 피난민이셨습니다. 당시 할머니가 14살이었던 아버지 온 몸에 쌈짓돈을 꽁꽁 싸 매 배에 태워 피난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그게 아버지가 고향과 가족을 본 마지막이었습니다. 혼자 피난선에 올라 그 안에서 가진 걸 모두 빼앗기고 그 이후 말로 다 못할 고생을 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직도 그 시절 이야기 하시기를 꺼리십니다. 너무도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 내는게 괴로운 것이지요. 장진호 전투에 대해 공부하고 영화를 준비해 갈수록 이것이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꼭 해야 할 '남겨진 이야기'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 영화 제작진이 정말 쟁쟁합니다.
"감독 에릭 브레빅과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전 제임스 카메론이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찍겠다고 해도 에릭 브레빅을 선택했을 겁니다. 전쟁 특수효과 3D에 관해 이처럼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죠. 프로듀서인 샬롯 허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인 프랭크 피어슨의 능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아카데미 수상 작가니까요. 그는 20여년간 영화계를 떠나 있다 이 작품을 위해 다시 돌아와줬습니다. 모두 이 영화가 갖는 의미에 깊이 공감해주고 함께 하기로 결정해준 것입니다."
- 영화의 진행 과정은 어떻습니까.
"최종 대본 작업 중입니다. 몇 주 내로 캐스팅을 확정한 후 2011년 4월 촬영에 돌입합니다. 개봉은 2012년 12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예산 규모는 8000~1억 달러입니다. 촬영은 꼭 한국에서 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한국 스태프들과 한국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첫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가 되는거죠. 성공적으로 완성한다면 한국은 일순간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할 겁니다. 뉴질랜드가 '반지의 제왕'을 통해 그렇게 됐듯이 말입니다."
- 앞으로 만들 영화에 대해 자신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전 순대국이 아니라 불고기를 만들겁니다. 한국인이나 미국인만이 아니라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겠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모두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더 많이 지닌 사람들입니다. 전 이 영화로 박스오피스 히트도 기록하고 돈도 많이 벌고 아카데미 상도 타고 싶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혹한의 17일'을 정신을 모두가 함께 이해하고 감동을 받는 것입니다. 제 모든 걸 바친 영화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인해전술 중공군에 포위돼…미해병대 전멸위기에 몰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겨울 미 해병대 1사단 1만2000여 명이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 인근에서 당시 북한의 임시수도였던 강계를 점령하다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오는 12만명 규모의 중공군 제9병단에게 포위돼 전멸 위기에 몰렸던 전투.
해병 1사단은 11월 26일부터 12월 13일까지 17일간 치열한 전투로 중공군의 남하를 지연시켰으며 자신들의 10배에 달하는 중공군의 포위를 뚫고 흥남에 도착 193척의 군함으로 군인 10만명 민간인 10만명을 남쪽으로 탈출시켰다. 영어로는 '장진'의 일본어 독음을 따 'Chosin'으로 부른다. 당시 한국어 지도가 없고 일본어 지도뿐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태프들은? 할리우드 최고 특수효과 전문가
▶에릭 브레빅(감독)= '어비스'(제임스 카메론) '후크'(스티븐 스필버그) '진주만'(마이클 베이) 등의 비주얼이펙트 수퍼바이저를 맡은 바 있는 할리우드 최고의 특수효과 전문가.
특수효과로 아카데미상에 3회 후보로 올라 1회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8년 3D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아카데미상 수상 유명 작가
▶프랭크 피어슨(작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주연의 '스타탄생' 해리슨 포드 주연의 '의혹'(Presumed Innocent)을 감독하고 '뜨거운 오후'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미국영화작가협회 회장을 2차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AMPAS) 회장을 1차례 역임했다.
3D기술 관련 영상제작 권위자 ▶샬롯 허긴스(프로듀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용기의 날개' '플라이 미 투 더 문' 등의 영화를 제작해 온 3D 기술 관련 영상 제작 부문의 권위자.
미국특수효과협회 이사이며 버라이어티지가 선정한 '2008년 여성 파워' 할리우드 리포터지의 '디지털기술 50인'에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