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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人] 8년째 택시 드라이버 데이비드 윤씨

"다들 살자고 하는 일…서로 짓밟지 말았으면"

"돈 안내고도 잔돈 달라, 실컷 타고 신고해야지…치사한 손님도 많아요
나름 잘나가던 스시맨, 현금 100만불 모았지만 투자실패로 싹 날렸죠"


택시 드라이버로 삶이 어떠냐는 질문에 “인생 막장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세상을 본다”는 멋진 말로 응수한다. 선박용 특수 전기 기사와 특수조명 기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스시맨을 거쳐 8년째 택시 드라이버를 하고 있는 윤씨. 오늘 사람in은 윤씨와 동승했다.

#택시 이야기
-지금 택시…합법인가요 불법인가요?


"저는 불법과 합법에 의미도 경계도 없다고 봅니다. 지금 TCP 붙여서 다니는 택시들 있죠. '합법이다'라고 간판을 내걸지만 사실은 TCP 허가 한두대 그외 대부분 택시는 TCP가 없는 겁니다. 그러면 불법인가요? 합법인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불법이나 합법이라는 법적 판단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TCP와 무슨 사연이 있습니까?

"TCP 받는 비용이 연간 5000~1만달럽니다. 그냥 보험입니다. 매월 그 돈을 내면 택시비가 올라갑니다. 차라리 택시 타시는 분께 돌아가게 저렴하게 운행하겠습니다."

-요즘 타운 3달러 명함이 많이 보이는데 가격 경쟁이 심합니다.

"LA에만 한인택시가 대략 500여대 정도로 아는데 나홀로 택시까지 치면 700~900대까지 될 겁니다. 가격 경쟁이 심해서 문제가 많습니다.

콜을 받고 운행하는 경우에는 25% 콜비를 대표 전화에 내고 개스비는 대략 15%정도라 40%가 기본적으로 나갑니다.

거기다가 차 보험에 차 페이먼트까지 내면 50%~60%가 차량 유지에 들어가는데 3달러 받아서 60% 내고 나면…한인타운 3달러에 1달러30센트가 운전자 몫입니다. 이걸로 생활한다는 게 용합니다."

#손님 이야기

8년 정도 택시를 했으니 대략 1만5000여명의 승객을 태웠을 거란다. 이 중에 '치사했던 손님의 기억'을 물었다. 껄껄껄 웃기부터 한다. "뭐 말할 수 없을 정도죠. 술 취해서 집도 모르고 차안에서 기절하시는 분은 양반입니다. '돈 내지 않았냐'면서 그냥 내리는 분도 있어요. 제일 치사했던 손님…술을 드신 분인데 부에나파크쪽에 도착했습니다. 난데없이 잔돈을 달라는 겁니다. 받지도 않은 100달러를 줬다는 겁니다. 하도 우겨서 그냥 내리라고 했더니 가더라구요. 기가 막혔습니다."

-더 치사한 게 있지 않을까요?

"이건…같은 한인끼리 좀 그런데…도착해서는 '이 택시 세금 안내죠' 이러는 겁니다.(말투는 경찰분위기였단다) '그럼 신고해야겠네' 하면서 빤히 쳐다봅니다. 그러더니 문 열고 가버리더라구요."

-그냥 보내셨나요?

"내려서 바닥에 침 한번 뱉고 말았습니다만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손님 중에는 정말 위험한 손님도 있다고 했다.

-'세금 위협' 보다 더 위험한 손님이 있었다구요?

"할머니 전화인데 가주 마켓까지 간다고 했습니다. 큰 길가에서 픽업하기로 했죠. 할머니가 문 열면서 '얼마예요?' 하시길래 '3불입니다' 했더니 주변에 숨어 있던 사람 대여섯명이 들이닥치는 거죠. 할머니가 함정단속 스파이였어요."

-걸리면 어떻게 됩니까?

"차량압류됐는데 그 보관료 토잉 비용 벌금 등 합쳐서 5000달러 정도 날아가죠. 지금까지 두번 걸렸으니 1만달러가 날아갔네요."

-단속이 심한가요?

"엄청납니다. 일반택시가 주당 1달러씩 돈을 거둬 30만달러를 LA시쪽에 줬데요. LA시에서 50만달러 매칭해서 불법택시단속반이 생겨났습니다. 그 전에 그냥 풍기단속반 담당일 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사는 이야기

원래는 전기 기사로 샌디에이고를 기항지로 하는 크루즈에서 1년간 일했다고 한다. "배에서 1년 근무하고 내렸죠. 거기서 한국행 비행기를 태워주겠다는 중개인에게 많은 돈을 사기당했고 그 사람은 사라졌습니다. 한인 업소에 마구잡이로 전화를 걸어 '좀 도와달라'고 간청했죠. 그때 샌디에이고의 한 바비큐집과 연결됐고 한동안 그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전기 기술이 있는데 식당일을 했습니까?

"전기 기술도 있고 특수 조명 기술도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있어야 일을 주죠. 그냥 밥은 먹지 않겠나 싶어서 식당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LA로 오게 됐습니다."

-택시는 어떻게 하게 된 겁니까?

"LA에 와서는 본격 주방으로 나섰어요. 한ㆍ중ㆍ양식에 일식은 한동안 무급으로 일했어요. 배우려구요. 스시맨 몇년 했는데 LA한인타운에서 가게 몇개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한인타운에 '1인당 얼마' 하는 가격 스타일도 아마 제가 처음 했을걸요."

-나름 잘 나가던 스시맨었는데 택시를 하게된 사연이 궁금하네요.

"조그만 가게에서도 매상이 하루에 7000달러가 나올 때도 있었어요. 현금으로 100만달러 정도 모았죠. 집 사람한테 딱 1년만 놀자 해서 놀았는데 그냥 놀기는 뭣하고 해서 이것저것 투자하다가 3년만에 싹 날려먹었습니다."

-그래도 기술이 있는데 재기는 쉽지 않나요?

"다시 스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회칼에 손을 크게 베었어요. 그러다가 업주하고 노동청 소송이 붙고 제가 졌는데…이어서 투자했던 데가 줄줄이 망가지면서 줄 소송이 생겼습니다. 계속 이리저리 불려다니니 레귤러한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택시를 하게 됐죠. 나름 시간도 나고 괜찮았는데 그러다 보니 햇수로 8년째가 돼 버렸습니다."

-직업이 왔다 갔다 하면 부인이 힘드셨을텐데?

('뭐라고 말해야 하나'는 말을 두어번 되풀이하다) "묵묵히…그리고 따라와준 게…고맙죠. 남편 잘 못 만나서…."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떻게 돼 있을 것 같으세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돼 있을 겁니다.(웃음) 제가 이번에 이걸 하나 만들었습니다.(한인타운 지도가 3단으로 접힌 인쇄물을 내민다. 뒷면은 한인식당들 이름과 주종목이 빼곡히 적혀 있다) 택시도 스몰 비즈니스도 다 잘됐으면 하는 소망으로 만든 겁니다. 이걸 만들면서 택시 드라이버로서 꼭짓점은 찍었다고 생각하는데…다른걸 해도 미련은 없을 것 같네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어떻게 보면 택시기사는 밑바닥입니다. 그런데 저희도 먹고 살려는 노력은 똑같거든요. 그런 생각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한인들 다 잘살았으면 좋겠어요. 서로 짓밟는 일이 많은데 그러지 마시구요."

만난사람= 천문권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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