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특히 포스트시즌같은 단기전 승부에서 선발 투수의 비중은 사실상 팀 승패를 가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6일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CS) 1차전 승부가 그랬다.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진작부터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두 좌완 투수간 맞대결로 큰 기대를 모았다. 텍사스 선발 클리프 리는 2008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였고 프라이스는 올 시즌 19승(6패)을 거두며 탬파베이의 에이스로 거듭 난 신성이었다.
하지만 승부는 클리프 리의 완승으로 쉽게 끝났다. 리는 7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5안타 1실점으로 호투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프라이스도 6.2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며 분전했지만 9안타 5실점(4자책) 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두 투수의 승패를 가른 것은 노련미의 차이였다. 2008년 중간 계투로 ALCS 3경기 월드시리즈 2경기에 등판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은 프라이스는 이날 등판이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선발 출격이었다. 중책을 맡은 프라이스는 90마일 중반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평소대로 매우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107개의 투구수 중 22개를 제외한 85개가 모두 패스트볼 승부였다. 패기 넘치는 피칭이었지만 이날 경기에서 허용한 9개의 안타 중 8개가 모두 패스트볼이었다. 넬슨 크루즈와 벤지 몰리나에게 홈런을 내준 공도 모두 93마일 96마일의 몸쪽 높은 패스트볼이었다.
리 역시 프라이스 못지않은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지만 몸쪽과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제구된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와의 승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프라이스가 힘을 앞세워 상대를 윽박지르려 했다면 리는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른 피칭으로 효율적인 투구내용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