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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페루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사회비판서 에로티시즘까지 세상과 인간 '전방위 촉수'

Los Angeles

2010.10.0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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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는 입 다물어선 안돼"
문학과 저널리즘 왕성 활동
1990년 대통령 선거 출마도
요사는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아온 거장급 작가다. 최근 몇 년 새 노벨상 후보에서 멀어졌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노벨상 단골 후보로 거론됐었다.

특히 격동의 남미 현실을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30권 이상의 소설.희곡.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고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중남미학을 가르치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의 페테르 엥글룬드 서기가 전화로 수상소식을 전하는 순간 요사는 새벽 같이 일어나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전혀 수상을 예상치 못했던 것. 그는 수상 통보에 대해 "라틴 아메리카 문학과 스페인어 문학이 인정을 받은 것이며 우리 모두에게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요사의 삶은 그의 작품만큼 다채로웠다. 페루의 소도시 아레키파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가 이혼하자 외교관이던 할아버지가 있는 볼리비아로 건너가 유년기를 보냈다.

이후 페루로 돌아와 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수도 리마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법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AFP통신 프랑스 국영 TV방송 기자 등의 주로 외국에서 일했으나 외국으로 돌았으나 스스로 페루인임을 자각하고 고국에 돌아와 작품을 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요사는 문학적 명성은 1960년대부터 축적됐다. 콜롬비아의 마르케스 멕시코의 쿠옌테스 등과 함께 라틴아메리카의 억압적 현실을 드러내며 '중남미문학 붐'을 일으켰다.

요사는 대중적인 인기와 문학적 성취를 동시에 획득한 '붐 소설가' 중 핵심 인물이었다.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마르케스의 인기를 능가할 정도였다.

 그는 무엇보다 사회현실에 민감한 촉수를 세웠다. 스스로 "나는 인간 세상의 근본적 대립을 드러내지 않는 위대한 문학작품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2002년 영국 더 타임스 인터뷰) "글쟁이는 동상처럼 입을 다물어선 안 된다"(2009년 AFP 인터뷰)고 말했다. 그의 문학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발언이다.

 그는 신문칼럼도 활발하게 썼다. 작가와 저널리스트의 구분을 두지 않았다. "나는 프루스트처럼 세상을 외면하고 서재에 틀어박히고 싶지 않다. 작가는 현실에 발을 딛고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 그게 내가 저널리즘을 하는 이유"(2009년 AFP 인터뷰)라고 설명했다.

 요사의 문학세계는 대중적인 호기심을 자아내면서도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번역가 정창씨는 "(요사의 작품은) 『세상 종말 전쟁』처럼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계열의 작품과 『궁둥이』로 대표되는 에로티시즘 계열의 작품으로 크게 나뉜다"고 말했다.

모두 흡인력이 높은 소재들이다. 정씨는 "요사는 어쩌면 이렇게 세련된 문체를 구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려한 글을 쓰는 작가"라고도 평했다.

 그의 사회참여적 성향은 현실정치로도 이어졌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인 플로베르를 문학적으로 흠모했지만 정치적으로는 프랑스 '행동파 작가'인 사르트르에 동조했다.

80년대 중반 페루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의 받기도 했다. 당시 "문학과 정치는 양립될 수 없다"며 사양했으나 90년 페루 대통령 선거에선 직접 후보로 뛰기도 했다.

대선에선 알베르트 후지모리에게 패배했다. 문학과 정치의 구분이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던 셈이다.

 노벨문학상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요사에게는 1천만 스웨덴크로네(한화 약 16억8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신준봉.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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