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즐기다 떠나는 곳서 '살만해!' 주거지역으로 뜬다
창간 36주년 - 'Boom Up 코리아타운'
3년간 새 콘도·아파트 30개·2000유닛 넘어서…타운U턴 중·장년층 늘어
■주거 공간
LA코리아타운이 주거 타운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3년 사이 타운 내에 들어선 콘도 및 아파트는 윌셔+버몬트 서밋 온 식스 가든 앳 윌셔 솔레어 머큐리 등 30개 2000유닛을 넘어선다. 지금도 타운 내에서 분양 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콘도는 켄모어타워 그래머시 온 서드 17개 1400유닛에 달한다. 〈표 참조> 타운이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솔레어를 인수한 세계적인 부동산 트주그룹 스타우드 캐피털의 자회사 ST레지덴셜의 마이크 레이파트 수석 부사장은 "타운은 매력적인 주거 환경을 갖춘 지역"이라며 "독특함과 다양함이 공존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LA코리아타운은 주거 기능보다는 상업 기능이 강조돼왔다. 식당과 술집 마켓과 각종 소매업소가 밀집돼 있어 타운 외곽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일을 하거나 외식을 하고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할 때면 타운을 찾았다. 한마디로 한인들에게 생활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편리성 외에도 LA다운타운 인근이라는 유리한 위치 10번 101번 110번 프리웨이가 인접한 편리한 교통 등을 갖추고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 지역으로 선호도가 높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투자 가치가 높아지고 한국 자본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구매력을 가진 한인과 한국인 수요 덕분에 타운 부동산 시장 가격 변동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불경기 타격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거래 또한 꾸준하다. 외곽 지역에 거주하다 자녀들이 성장한 뒤 편의를 위해 타운으로 돌아오는 중장년층도 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맞춰 2000년대 들어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개발에 들어갔고 2005년 이후부터는 완공되면서 주거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최근 새로 문을 연 콘도 및 아파트는 주상복합 건물이 많아 각각의 콘도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소상권이 개발되고 있다. 생활의 허브 타운 안에서 식당과 소매업소들이 들어서 각 콘도 및 아파트 주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선순환이 되고 있다. 타운 전체 상업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타운의 주거 기능은 더욱 강화된다. 6가와 버질에는 591유닛의 콘도텔 아르시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7가와 알바라도에는 메트로역이 들어서면서 172유닛의 아파트와 30만스퀘어피트 규모의 상가가 함께 개발된다. 윌셔와 버몬트 부지에는 443유닛 아파트가 윌셔와 카탈리나에는 저소득층 아파트가 예정돼 있다. 이처럼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개발되고 있어 주거 타운으로서 미래는 밝다는 기대다.
■교육 시설
LA코리아타운은 2000년대 들어 외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타운을 벗어났다. 교육 면에서는 여전히 열악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타운을 올바른 교육 지역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고 '기피장소'로 생각했다.
하지만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2006년 올림픽과 노먼디에 마리포사-나비 초등학교 2가와 웨스턴에 찰스 김 초등학교 윌셔와 윌튼에 윌튼 초등학교가 들어섰다. 2009년에는 윌셔와 샤토에 김영옥 중학교가 자리잡는 등 교육 환경이 급속도로 개선된 것이다.
특히 지난 9월 앰배서더 부지에 개교한 '로버트 F. 케네디 커뮤니티 스쿨(RFK)'은 코리아타운이 LA의 교육 중심지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5억7800만 달러라는 공립학교 설립 사상 최대 자금이 투입되며 개교 전부터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RFK는 초등학교 2개 중학교 2개 고등학교 2개 등 6개 학교가 하나의 캠퍼스를 구성하고 있다.
이는 LA통합교육구(LAUSD)가 지난 2007년부터 시행한 '파일럿스쿨네트워크(PSN)'에 따른 것. PSN은 하나의 부지 속에 여러 개의 독립적인 학교들을 설립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RFK이 문을 열기 전 LAUSD의 PSN 도입을 오인 매그닛 스쿨이 포함된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RFK의 개교는 한인들이 아닌 LAUSD가 직접 코리아타운을 LA의 교육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어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인 뿐만 아니라 타인종의 선호 교육 지역으로 타운이 도약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면 RFK의 개교로 암도 생겨났다. RFK의 개교 후부터 가뜩이나 심각한 코리아타운의 교통체증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매일 등하교 시간에는 RFK의 학교 정문이 위치한 7가와 카탈리나 학교를 감싸고 있는 8가와 윌셔에서 자녀를 데려다주는 학부모 차량 등으로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피터 김(52)씨는 "학생들을 위해서니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좁은 도로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언제라도 대형사고에 노출돼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주민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녹지조성' 공감대 커졌다
인구당 공원면적 LA 최하위
'윌셔+호바트' 공원조성 등
곳곳 녹지추진…예산이 문제
#자연을 키우다
코리아타운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을 꼽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지적은 다름아닌 '녹지'다.
지난 2007년 LA시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타운이 포함된 10지구의 공원 면적은 인구 1000명당 0.43에이커로 LA시 전체 최하위다.
최근 10년간 코리아타운에서 이뤄진 주목할 만한 공원과 관련된 사업은 지난 1999년 아드모어 공원의 이름이 한인들의 노력으로 서울국제공원으로 바뀌고 2003년 이 공원에 LA다저스구단이 리틀리그용 야구장을 조성한 것 외엔 없다. 시에서도 손꼽히는 비즈니스 중심지로 자리잡는 동안 주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인 녹지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나마 녹지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시작했다. 윌셔와 윌튼에 윌튼 플레이스 파크가 생겼다. LA커뮤니티재개발국(CRA/LA)은 윌셔와 호바트가 만나는 곳에 2에이커 규모의 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곳에 어린이용 놀이터와 분수대 피크닉 테이블 등을 갖춘 공원이 만들어질 경우 타운의 풍경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재정 지원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CRA의 캐롤라인 심 부매니저는 "가주 정부가 코리아타운의 녹지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새롭게 문을 연 공원도 있다. LAUSD가 로버트 F. 케네디 커뮤니티 스쿨을 열며 함께 개장한 로버트 F. 케네디 메모리얼 공원이다. LAUSD가 학교를 짓고 남는 부지의 활용법을 고민하던 차에 타운의 녹지 부족상황을 확인하고 학교와 맞닿은 윌셔 불러바드 선상에 커뮤니티 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0.34에이커 크기의 이 공원은 타운에 새로운 휴식처가 되고 있다. LAUSD의 모니카 가르시아 이사장은 "도시의 이미지를 가꾸는데 공원이 갖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며 "케네디 메모리얼 공원이 코리아타운의 중심가인 윌셔 불러바드와 타운의 이미지를 친환경적으로 꾸미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올림픽과 노먼디 다울정과 노인회관을 잇는 거리에 마당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윌셔와 후버 프란세스와 웨스트모어랜드에도 소공원 포켓 파크가 추진되고 있어 크고 작은 공원은 타운의 주거 환경을 더욱 푸르고 풍요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좋아진 타운 치안, 올림픽경찰서 개장 후 범죄줄고 검거율 증가
LA코리아타운이 안전해졌다.
2009년 1월 올림픽경찰서가 문을 연 후 타운 내 범죄율이 급감했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올림픽경찰서 개장 이전과 비교해 타운 지역 전체 범죄 발생은 25% 정도 감소한 반면 용의자 검거율은 4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 3분기 타운 내에서 발생한 살인.강도.강간과 같은 대인 관련 범죄는 총 801건으로 2009년 3분기 908건보다 12% 줄었다. 2008년 같은 기간 1161건과 비교해서는 31%나 감소했다.
절도나 차량중절도와 같은 재산 관련 범죄도 2441건이 발생해 전년 동기(2990건) 대비 1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범죄율 감소에 힘입어 LA코리아타운은 인구 1만명당 사건 발생수가 6번째로 낮아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최근 불경기 여파로 인해 절도와 같은 생계형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코리아타운의 범죄 발생률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타운에 거주하는 제이슨 박(32)씨는 "불과 몇년전 만해도 갱들이 싸우고 총격 사건이 일어나고 누가 죽었다는 뉴스를 종종 접했는데 요즘은 전에 비해 훨씬 덜한 것 같다"며 "안전해진 것 같아 사는 게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미셸 이(27)씨는 "전에는 타운에 산다고 하면 친구들이 무서워서 어떻게 사냐고 물었는데 이제는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가 다른 곳으로 갈 때 밤에도 한두블럭 거리는 걸어서 간다"고 전했다.
올림픽서경찰서의 매튜 블레이크 서장은 "관할 지역 내 신고 접수 후 5분 내로 사건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도록 하고 타운 내 순찰 차량도 경찰서 오픈 이전보다 2배 이상 강화하는 등 범죄율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분도용 사건 신고를 위해 올림픽경찰서를 찾은 유모(35)씨는 "최근 타운 내 강력 사건이 급감했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타운이 범죄의 온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기회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전문가 제안 - 도시계획 전문가 최성연 박사
"거주지+일터 'Campact City'로 발전가능성 높아"
도시계획 전문가 최성연 박사(사진)는 최근 도시개발 전문가들이 목표로 하는 '압축도시(Compact City)'의 개념에서 볼 때 LA코리아타운이 가진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20년간 주정부 기관에서 도시개발 계획을 연구해온 최 박사는 "압축도시는 거주지와 일터를 근접시켜 한 지역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개념으로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라며 "타운은 압축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새 LA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한 LA 일대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대형 주상복합 건물 콘도 등이 신축되고 경찰서 학교 등이 들어서는 등 주거지로서의 매력이 커졌다.
LA 경제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LA다운타운에서 샌타모니카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중심에서 하나의 경제 중심지로 부상한 LA코리아타운은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인사회가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이같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최 박사는 지적했다. 타운에 투자가 이뤄지며 도심 재활성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적극 활용해 지역 경제 발전으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LA다운타운부터 코리아타운까지 녹지 환경도 부족하고 생활 환경도 좋지 않다"며 "10년 전과 비교해 타운은 크게 성장했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더욱 많은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 "이제는 한인 커뮤니티가 직접 나서 한정된 정부 자원을 타운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을 펼쳐야 할 때다. 커뮤니티 리더들이 나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 카운티 주정부 담당자들에게 전화도 하고 미팅도 해서 커뮤니티의 필요와 요구를 꾸준히 전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또 "같은 한인들을 상대로 돈을 번 한인 재력가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억하고 사회환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박사는 "커뮤니티가 먼저 나서면 투자도 늘게 되고 이는 자연히 지역 전체의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 고 조언했다.
남가주정부협회(SCAG)프로그램 매니저
■이것 아세요
◇압축도시(Compact City) = 에너지 절약형 도시의 대표적인 개념이다. 도심을 집약적(compact)으로 개발해 걸어서 생활이 가능하면 장거리 출퇴근에 의한 교통량 증가와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거주지와 직장을 근접시켜 무분별하게 개발된 도시가 갖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라 하겠다. 한 지역에 시설물들을 집중시키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사회 경제적 활동이 집중돼 그 활동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심재활성화(Gentrification) = 도심의 저소득층 지역이 중산층과 고소득층에 의해 점유되면서 질적 환경적으로 수준 이상의 고급 지역으로 변환돼 가는 현상을 말한다. 침체된 도심 지역을 현대화해 도시 재정 수입을 증대시킴으로써 중심 도시의 쇠퇴를 중시 혹은 반전시키는 특성을 갖는다.
◇SCAG = Southern California Association of Governments. 캘리포니아 주정부 산하 기관으로 샌디에이고를 제외한 남가주 일대 6개 카운티의 협의체다.
특별취재팀=백종춘.이재희.최상태.문진호.염승은.진성철.곽재민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