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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사람] 톱 스타일리스트서 세계적 디자이너로 '진양'

할리우드와 패션계를 주무르는 마이다스의 손

톰 크루즈 부부·디카프리오 등       여배우 케이티 홈즈와 손잡고
15년간 특A급 배우들 꾸미며       럭셔리 브랜드 '홈즈&양' 런칭
정상의 자리 한결같이 지켜와       초고가에도 날개 돋힌듯 팔려


명실상부 할리우드의 '톱 스타일리스트'인 진 양(40.한국명 진영)을 만나는데는 꼬박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잘나가기 때문이다. 최근에만 해도 그녀가 스타일링을 맡은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가 줄줄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레지던트 이블4'의 밀라 요요비치 '아메리칸'의 조지 클루니 '소셜 네트워크'의 앤드류 가필드와 제시 아이젠버그까지. 이들이 영화 개봉에 맞춰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그 스타일을 책임졌으니 바빠도 보통 바쁜게 아닐 터였다.

오래도록 공을 들인 끝에 오전 시간을 쪼개 겨우 만남을 가진 날에도 그녀는 바빴다.

이미 새벽 1시에 일어나 유럽측과 전화와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한 뒤였다. 몇시간 후엔 '석호필'로 유명한 배우 웬트워스 밀러의 중국 프레스 투어를 위한 피팅이 잡혀 있었고 이어 TV쇼 '글리'(Glee) 로 유명한 다이애나 애그런과 화보 촬영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래도 그녀에겐 긍정적 에너지가 넘쳤다. 동석한 자신의 전속 홍보 담당자에겐 '원피스가 너무 귀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사진 기자에겐 '이런 앵글은 생각지도 못했었다'며 감탄을 해댔다.

시작부터 분위기가 좋아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정말 궁금했던 한 가지를 물었다. "주류 패션잡지들에 소개된 걸 보니 일당이 평균 3000달러라던데 사실인가요?" 쾌활하게 웃더니 간결히 대답한다. "가끔은 더 많이도 가끔은 더 적게도 받아요. 일에 따라 따르죠."

도대체 스타들의 스타일리스트라는 게 어떤 직업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코디'하고는 달라도 한참 다를게 분명했다.

"기본적으로 스타들에게 '옷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영화 시사회나 레드카펫 기자회견 해외 홍보 활동 개인적인 이벤트 등에 나갈 때 스타일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또 스타들 대신 쇼핑을 해 주기도 해요. 그들의 개인 옷장을 멋지게 채워주는 일이죠. 워낙 유명인사들이다 보니 마음대로 옷 한벌 사러 다닐 수도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집을 리모델링 해 주고 영양사가 식생활을 챙겨주고 트레이너가 몸매 관리를 도와주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녀가 상대하는 스타들은 그야말로 특 A급들 뿐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샌드라 불럭 캐머런 디아즈 등과는 그들이 지금과 같은 유명세를 타기 전부터 일해 왔던 사이다.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 부부 키아누 리브스 크리스찬 베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과는 오랜 세월을 한결같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이 '보그' 'GQ' '엘르' '배니티 페어'등에서 화보 촬영을 할 때도 그녀가 이들의 스타일을 결정해 카메라 앞에 세운다.

진 양은 스스로를 '스타'라는 기업의 '마케팅 부서' 인력이라고 규정짓는다.

"제가 함께 일하는 스타들의 연수입은 수천만달러를 가뿐히 넘어섭니다. 웬만한 기업과 맞먹죠.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누비며 자신을 돌 볼 겨를도 없이 일하는 이 스타들이 좀 더 좋은 모습 경쟁력있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설 수 있도록 이미지를 창조해주는 것이 '마케터'로서의 제 일입니다."

할리우드 '진 양 사단' 스타들의 특징은 멋 내지 않은 듯 하면서도 세련되고 인상적인 스타일을 자랑한다는 것.

"그게 제 성공 요인 중 하나에요. 누군가가 일부러 꾸며준 듯한 느낌을 최대한 없애는 거죠. 뭔가 달라보이긴 하는데 '헤어 스타일을 바꿨나' 혹은 '살이 좀 빠졌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그런 스타일링이 저만의 비법입니다."

그녀는 패션을 따로 공부했던 적도 없다. 어린시절엔 정치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길 꿈꿨다. 명문여대인 스크립스 칼리지 졸업 후 실제로 로펌에서 2년간 일을 배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재미가 없었다. '이 길이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오빠가 패션 쪽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어려서부터 패션 잡지를 즐겨 봤으니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던 오빠의 말에 용기를 내 백화점에 취직을 했다. 바이어가 될 생각에서였다.

그녀의 타고난 감각은 그때서부터 빛을 발했다. 금방 인기 온라인 쇼핑몰의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 일을 맡게 됐고 이어 패션 잡지사 '디투어'의 에디터 자리를 꿰찼다. 유명 의류 브랜드에서도 그녀를 시니어 패션 디자이너로 영입해 갔다. 이 모든 일이 20대 중반에 이뤄졌다. 96년부터는 프리랜서로 나섰고 그러자 패션계의 내로라하는 모델 사진작가 스타 잡지들이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후 15년 동안 한번도 할리우드 톱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

이제 그녀는 디자이너로서도 패션계를 호령하기 시작했다. 배우이자 절친한 친구인 케이티 홈즈와 손 잡고 럭셔리 의류브랜드를 런칭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딴 '홈즈&양'(Holmes&Yang)은 지난 연말부터 웨스트 할리우드의 맥스필드 베벌리힐스와 시카고 뉴욕의 바니스에 입점됐다. 깔끔하고 편안하면서도 지극히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품질이 특징인 브랜드다. 케이티 홈즈와 진 양이 모든 디자인과 생산을 직접 관리한다.

"'홈즈&양'은 쉽고 편하고 스마트한 패션을 추구합니다. 20년 전에도 20년 후에도 입을 수 있을 옷 내 아이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옷 디너 파티에도 어울리고 일하러 갈 때 놀러 갈 때도 어울리는 베이직 아이템들로 만들어진 옷이 바로 우리 브랜드죠."

'홈즈&양'은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패셔너블한 클래식'을 지향한다. 최근 유행하는 '패스트 패션'에 대한 반기이기도 하다.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끊임없이 자신을 꾸미기도 해야 하는 여성들을 위한 옷이죠. 한 두번 입고나면 '내가 이걸 왜 샀지'하고 버릴 옷이 아니라 옷장을 열 때마다 '정말 잘 샀다' 생각할 수 있게 해 드릴 옷입니다."

모두 뉴욕 패션의 중심지인 가먼트 디스트릭트에서 생산되는 터라 재킷 한 벌에 1500달러 팬츠 한 벌에 800달러 이상 하는 초고가품들이다. 하지만 최고급 옷감과 아름다운 디자인 세심한 디테일 덕에 그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브랜드를 런칭한 첫 주에 3개 스타일이 완판돼 패션계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도 있었다. 케이티 홈즈와 진 양이 만드는 옷이라는 프리미엄 덕에 온갖 패션잡지에서도 앞 다퉈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의 딸인 수리가 즐겨 입는 옷도 모두 '홈즈&양' 제품이란게 알려지며 브랜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점점 뜨거워지는 중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브랜드를 확장시켜 나가야죠. 조만간 한국에도 꼭 런칭시키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베라 왕이나 랄프 로렌처럼 꼭 저만의 '패션 왕국'을 만들 겁니다. "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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