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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 명주솜 이불

Atlanta

2010.10.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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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솜으로 만든 바지, 저고리를 입으면 사촌까지 따뜻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명주가 따뜻하다는 말이겠지요. 평소에는 오리털 이불을 사용하다 요즘처럼 추울 때는 명주 이불을 꺼내어 덮습니다. 명주 이불은 결혼 할 때 장모께서 직접 명주 원산지에 가셔서 명주 솜을 사다 손수 만드신 것입니다.

몇 일전 타 주에 사시는 장모께서 자신이 쓰시던 명주 이불을 부쳐 주셨습니다. 사시는 곳은 따뜻해서 명주 이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추운 곳에 사는 손자들을 생각해 보내셨다고 했습니다. 몇 년을 사용 안 한 이불이라 솜을 틀어야 하는데, 솜틀 집이 없어 며칠 햇볕을 쏘이고 겉 이불을 떼어 내 세탁한 뒤 아내와 같이 이불을 다시 만들기를 했습니다.

침 치료를 하는 손이니 침처럼 생긴 바늘로 이불을 만드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관입니다. 노안 때문인지 바늘에 실을 끼우는 것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겨우 돋보기 안경을 이용해 바늘에 실을 끼우면서, 옛날 할머니가 실을 끼우실 때 혼신을 다하시던 것을 떠올라 세월이 유수 같음을 새삼 알았습니다. 또한 골무가 없어 수 차례 바늘에 찔리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명주 이불 조차 볼 수 없는 요즘 세대들 가운데 명주가 뽕나무 잎을 먹고 자란 누에가 만든 것이라고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명주는 누에를 키우는 일부터 시작 합니다. 누에를 키우는 일을 양잠이라고 하는데, 옛날에는 농한기에 30일 정도 일하고 목돈을 만질 수 있어 대부분 농가에서 누에를 키웠었죠. 영화배우 이대근과 이미숙이 주연한 “뽕”이라는 영화에서 보듯이 뽕나무는 재배하는 뽕과 야생으로 자라난 뽕나무가 있습니다. 둘 다 큰 차이는 없지만 뽕 밭에서 자란 뽕잎이 더 영양가 가 있습니다. 누에는 4잠을 자고 나면 뽕을 참 많이 먹는데, 이 때 뽕잎이 모자라면 산에 가서 뽕을 따오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때로는 영화 ‘뽕’에서 나오듯 뽕잎을 서리하다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양잠 농가는 3-4월에 뽕잎이 커지면 농촌진흥원에 가서 어린 누에를 받아와서 키우기 시작합니다. 누에는 정말 빨리도 자라서 4잠을 자고 난 누에에게 좋은 뽕잎은 주면 7일 후면 하얀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누에는 우리에게 명주실, 명주솜, 번데기까지 다 주고 가는 유익한 벌레입니다. 최근에는 누에의 배설물이 고혈압과 동맥경화에 효과적이라 고해서 약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에가 병들어 죽으면 모아 말려서 약으로 사용합니다. 이것을 한방에서는 ‘백강잠’이라고 합니다. 본초강목은 백강잠에 대해 피부병, 모유가 부족할 때, 두통, 치통, 담이 있을 때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자 대하증, 하혈, 산후통, 아이가 놀라 밤에 울 때, 천식, 목구멍에 통증이 있을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혹자는 당뇨병에도 응용해서 좋은 결과를 보기도 합니다.

정경모
정경모 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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