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 형과 아우의 차이나 그 만큼 났다. 지난 2일 NBA 경기가 펼쳐진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는 재미난 광경이 있었다.
LA 레이커스-멤피스 그리즐리스전이 열린 이날 '가솔 형제'가 치열한 골 밑 경쟁을 펼치며 소속팀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레이커스 파워포워드 파우 가솔(30)과 멤피스 센터 마크 가솔(26). 둘은 이날 30분 남짓 비슷하게 뛰었지만 파우가 21점(13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레이커스의 124-105 낙승을 이끌었다. 마크는 11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에 그쳤다. 레이커스는 개막 후 4연승 무패 멤피스는 2승2패를 기록했다.
덩치 큰 마크(7피트 1인치 265파운드)가 파우(7피트 250파운드)를 적극적으로 방어했지만 노련미를 당해내지 못했다. 나란히 스페인 국가대표로도 활동 중인 가솔 형제지만 NBA에서는 아직 마크가 형의 경력과 위상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가솔 형제의 이날 대결은 엇갈린 '운명의 장난'이기도 했다. 형제간 싸움만이 아니라 둘은 친정 팀을 상대로 싸우는 상황이기도 했던 것. 2001년 드래프트 전체 3번으로 애틀랜타 혹스에 지명됐다가 곧바로 멤피스로 트레이드된 파우는 2008년 2월 레이커스로 트레이드될 때 마크와 소속팀을 맞바꾸게 됐다. 레이커스가 파우를 영입하면서 다른 교환카드와 함께 2007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48번(2라운드 18번)으로 지명했던 마크에 대한 권리까지 멤피스로 넘겼다. 마크는 당시 지명만 된 상황에서 스페인리그에서 뛰고 있었지만 어쨌든 레이커스가 NBA 첫 팀이었던 셈. NBA에서 형제가 맞교환된 첫 케이스였다.
파우는 멤피스에서의 첫 해 신인상을 수상했고 레이커스로 옮겨 와서는 3연속 올스타 선정과 2번의 우승반지를 끼면서 스타 반열에 올라 있다. 물론 마크의 성장세도 만만찮다. 마크는 파우가 멤피스 첫 해 기록한 프랜차이즈 최고 야투 성공률인 51.8%를 뛰어 넘는 53%를 마크하며 팀의 간판 유망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레이커스 필 잭슨 감독도 경기 후 "아무래도 우리가 트레이드를 잘 못한 것 같다"며 '남의 떡(마크)'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잭슨 감독이 '손에 쥔 떡'(파우)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다. 마크의 뛰어난 파워 플레이를 칭찬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