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왜 이래…바뀐 전자호구 적응에 실패
첫날 3체급서 '노골드' 수모
박용현(19·용인대)은 17일 광저우 광둥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87㎏급에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유세프 카라미(이란)에게 3-4로 져 은메달에 그쳤다. 남자 74㎏급 장경훈(수성구청)과 여자 46㎏급 황미나(동아대)는 각각 1회전에서 탈락해 충격을 줬다. 남녀 총 16개 체급 중 12개 체급에 출전해 금 8개를 노렸던 ‘효자종목’ 태권도의 목표는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전자호구 적응 실패= 태권도 종주국의 체면을 구긴 이유 중 하나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전자호구였다. 류병관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쓰는 전자호구 센서는 충격 강도가 아닌 면적을 측정해 점수를 계산한다. 아시안게임을 한 달여 앞두고 이 제품(라저스트)을 쓴다는 통보를 받았다.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008년 전자호구가 사용된 후 대한태권도협회는 다른 제품(KP&P)을 써왔다. 이 제품은 충격 강도를 측정하는 장비인데, 세게 때리는 전통적 기술을 쓰는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반면 이란 등 다른 나라 선수들은 3년 전부터 라저스트 호구에 적응해 왔다. 힘들이지 않고 발을 툭툭 갖다 대면서 점수를 벌었다. 박용현은 결승전에서 패한 뒤 “이 전자호구를 쓰면 이란이 최강국”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전력 평준화도 한몫= 류 감독은 “이제는 국내 1인자가 세계 1인자라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란·대만 등이 워낙 강해져 한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국내 1만여 개 태권도장은 선수 육성이 아닌 심신단련 차원으로 운영된다. 이란에는 도장이 3500여 개이지만 대부분 겨루기 위주로 훈련한다 ”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 간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한 점도 오히려 경험 부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세 명이 모두 국내 선발전에서 탈락해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 12명 가운데 6명이 처음 발탁된 선수들이다.
광저우=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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