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한국에선 고가의 명품에 빠져사는 허영심 많은 여자를 일컫는'된장녀'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루비(RUBY)족'이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워낙 그쪽에는 무지하고 몽매한지라 처음에는 그 말을 보석을 좋아하는 여자쯤으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역시 예상은 빗나갔다. 루비는 네 개 영어 단어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였다. R은 Refresh의 첫 자로 신선함, U는 Uncommon으로 비범함을, B는 Beautiful로 아름다움, 그리고 마지막 Y는 Young의 첫 글자로 젊음을 뜻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이 루비족이라는 말은 미모와 패션이 뛰어난 중년 여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여성이 아닌 자기 자신을 가꾸는데만 열정적인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알고나니 뒷맛이 몹씨 씁쓸하다.
이 루비족이 영어의 그 뜻 그대로 새롭고 신선해지기 위해서, 보통과 평범이 아닌 비범함을 추구하고 또 안과 밖으로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그리고 중년위 위기를 넘어 탄력 넘치는 젊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이나 열정을 가진 여성을 칭하는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욕 먹고 뺨맞을 소리이지만 나는 그런 여성을 편들지 않는다. 경멸까지는 안해도 경원시하고, 증오까지는 아니지만 혐오한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아날로그 시대 인물, 팔불출급 맹한 남자라 질책하고 책망한다 해도 할 말이 있다. 루비족은 남편과 자녀들이 바라는 아내상,어머니상도 아닌 가정의 방관자, 구경꾼이며 이 고난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희망하는 여성상도 아닌 단지 허상을 좇는 속물스러운 '여자'일 뿐이라고 규정을 한다.
루비족을 이렇게 정정해본다. R은 Respect의 첫 글자, U는 Uncommon 이 아니라 Upgrade로, 그리고 B는 미안하지만 그대로 차용해서 Beautiful로 남겨두고 Y는 젊음의 Young도 좋지만 양보라는 뜻인 Yield (교통 표지판에도 나옴)로 고쳐보는 것이다.
남편에게서 존경받는 아내, 자녀들로 부터 높임을 받고 대접받는 어머니, 그리고 오늘의 자신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앞선 사조와 문물을 받아들이고, 이 첨단의 시대에 부족함을 여실히 깨닫고서 품격의 격상과 영성의 향상을 위해서 몰두하고 생각하는 중년여성은 얼마나 향기로운 여성인가.
그리고 외면의 덫칠, 화려함에 매달리는 우둔한 여자이기 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 튼실한 속사람을 추구하는 명민한 여자가 더 아름답다 할 것이다.
그와 함께 내 것만 고집하고 재물과 이재에 욕심내는 여성보다는 중년의 이때 쯤이면 남에게 양보하고, 말을 하기보다는 듣고, 받기보다는 베풀고 희생할 줄 아는 여성에게서는 중년의 성숙함과 중후함이 묻어날 것이다. 그런 여성에게 세상 사람들은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치고 백만송이 장미 꽃다발을 아낌없이 바칠 것이다.
'루비족'이란 말에 나는 유감이 많다. 아니 그런 여성들이 양산될까봐 염려된다. 그들이 외출한 가정은 어지럽게 흔들리고 그들이 활개치는 사회는 온전치 못하고 병든 사회라고 단정한다.
다시 말하지만 미모와 패션만을 열광하며 좇는 얼빠진 여성을 지칭하는 루비족보다는 존경 과 격상그리고 아름다움과 양보를 최선의 미덕과 최고의 가치로 삼고 그것들에 열정을 바치는 '신(新)루비족' 여성들이 활보하는 그런 세상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