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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 중국 잉어…고향서 수요 급증 '돈덩어리' 변신

Los Angeles

2010.11.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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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정화 위해 중국서 도입했다 미국민물 생태계 크게 파괴돼
'무공해 ·자연산' 중국 홍보 주효, 최상급 식용으로 수출 길 열려
중국 잉어가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흔히 '아시아 잉어'로도 불리는 중국 잉어는 그간 미국 중서부 지방의 민물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처치 곤란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 본토에서 최근 이 잉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돈 덩어리'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일리노이 주 펄 시에 위치한 소규모 어물상인 '빅 리버 피시 컴퍼니'는 이번 주초에 4만4000파운드의 중국 잉어를 중국으로 실어 보냈다. 식용으로 미국산 중국 잉어가 중국 본토에서 최상급 대접을 받기 시작하면서 수출길이 확 열린 것이다.

중국 등이 원산지인 중국 잉어는 1970년대 수질 정화를 위해 도입돼 미시시피 등의 강과 하천에 방류됐다. 뛰어난 먹성을 앞세워 수질을 악화시키는 이끼류 등을 퇴치하는 효과를 노린 게 당시 도입 사유였다.

하지만 중국 잉어가 수질 정화 수준을 넘어서 다른 물고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바람에 민물 생태계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외래종에 의한 토착 생태계 혼란이 가시화한 것이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미시시피 강과 일리노이 강은 물론 오대호까지로 서식지를 넓히려는 조짐도 포착됐다. 이에 따라 환경 당국과 스포츠 피싱에 생계를 의존하는 업자들이 아연 긴장하기 시작했다. 오대호 고유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연간 7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오대호 일대의 스포츠 피싱계에 커다란 타격이 될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 것은 '빅 리버 피시 컴퍼니'의 주인인 로스 하라노 같은 사람들의 발상의 전환 덕분이었다. 하라노는 중국 잉어가 생김새는 별 매력이 없지만 육질이 좋고 맛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식용화를 추진했다.

중국 잉어의 원산지인 중국 본토의 음식점들이 그의 타겟이었다. 판촉 전략은 무공해 자연산 잉어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중국에 비해 미국 하천의 수질이 훨씬 뛰어나다는 점에 착안해 무공해 자연산을 내세운 것이다. 그는 중국 현지의 내로라 하는 음식점의 주방을 접촉했다. 결론은 대성공이었다. 중국인 주방장은 "생전에 먹어 보고 조리해 본 잉어 가운데 최고로 맛있다"는 평을 내놨다.

갑자기 엄청난 양의 주문을 받기 시작한 하라노는 기존의 1만2000 스퀘어 피트 규모인 자신의 중국 잉어 가공 공장을 서둘러 확장하기로 했다. 연방 정부 등으로부터 200만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고 현재 그는 자신의 공장을 확장하고 있는데 내년 봄이면 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음식점들과 이미 3000만 파운드의 중국 잉어 수출 계약을 체결한 그로서는 돈방석에 앉을 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폭주하는 주문 물량 때문에 바쁜 것은 하라노 뿐만이 아니다. 그에게 중국 잉어를 잡아다 주는 지역의 민물고기 어부 100여명의 손도 분주해졌다.

또 미시시피 강과 일리노이 강이 만나는 일리노이의 그래프튼 일대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메기와 배스 어획에 의존했다가 이들 어종이 씨가 마르는 바람에 강을 등져야 했던 어부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는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이번에 그들의 포획 대상 어종은 중국 잉어이다.

중국 잉어는 다 크면 보통 30파운드 가량 무게가 나가는데 큰 놈은 100 파운드가 넘는 경우도 있다. 30파운드짜리 기준은 11월 현재 도매 가격은 마리당 8달러이다.

강에서 노다지를 건지는 기분으로 중국 잉어를 잡고 있는 일부 어부들은 중국 본토 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까지도 넘보고 있다. 생김새가 대체로 호감이 가지 않는데다 이름도 지역색이 강한 '아시아 잉어' 대신 은빛 비늘을 강조한 '실버핀 잉어'로 바꿔 미국인들의 식탁 공략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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