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NBA에서 흥미로운 경기가 나왔다. 바로 30개팀 가운데 전체 꼴찌인 LA 클리퍼스가 전체 1위로 승승장구하던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90-85로 격파한 것.
3점슛이 연속해서 들어간 그런 운 좋은 승리가 아니라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이날 만큼은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한 깨끗한 완승이었다. 경기 종료 30초 전에 '루키괴물' 블레이크 그리핀이 연이어 주먹을 불끈쥐는 모습에서 이날 승리가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했는 지를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왼 무릎부상으로 11월9일 이후 뛰지 못했던 배런 데이비스가 복귀전에서 정상 컨디션을 보여 고무적이었다. 그는 23분 동안 7점 10어시스트로 공격을 조율하며 클리퍼스의 90-85 완승에 기여했다.
대어를 낚아서인 지 라커룸도 활기찬 모습이었다. 기자는 먼저 데이비스에게 이날 승리가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중요한 것은 다음 경기다"라고 대답했다. 스퍼스전 승리만으론 기뻐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그만큼 클리퍼스로서는 꾸준한 플레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클리퍼스는 올 시즌 들어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다른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최고의 화제가 되고 있는 블레이크 그리핀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그는 스퍼스 디펜스를 거침없이 뚫으며 화려한 덩크쇼를 잇달아 선보여 볼거리를 계속 제공했다. 벌써부터 '휴먼 하일라이트 필름'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ESPN의 닐 에버렛은 "그리핀의 하일라이트 장면이 레이커스 팀원들 전체보다도 많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스퍼스전에서도 덩크만 7~8차례 작렬시키는 등 31점 13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다. 그가 들소처럼 거침없이 리바운드를 잡는 괴력을 선보인 반면 원정 8연전 때문인 지 팀 던컨(8점 5리바운드)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11월 '이달의 루키상'을 수상한 그가 후반 들어 기습의 백덩크를 작렬시키자 팬들 뿐 아니라 기자석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 데이비스와 그리핀이 손발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여 새로운 콤비 탄생을 예고했다. 데이비스에게 '그리핀과 함께 뛰며 어떤 점이 달라진 것 같냐'고 묻자 극찬이 쏟아졌다. "농구하면서 이렇게 다이내믹한 신인 선수는 처음"이라며 "그가 장차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퍼스타로 발돋움할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클리퍼스는 4승15패(승률 0.211)로 30개 팀 가운데 여전히 꼴찌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 그리핀이 경기마다 맹위를 떨치고 있고 데이비스도 돌아왔다. 올스타 출신 센터 크리스 케이먼만 복귀하면 전력이 또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흥미로운 점은 클리퍼스가 올 시즌 최강으로 분류된 팀들에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달 3일 오클라호마시티를 101-82로 완파했고 22일에는 뉴올리언스를 99-95로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