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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의 아름다운 재능 기부…모리슨, 자선기금마련 야구캠프

Los Angeles

2010.12.3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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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의 외연을 조금 더 넓힌 메이저리거가 있다. 플로리다 내야수 로건 모리슨(사진). 지난 7월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23살 새내기다. 두 달 반 동안 시즌 타율 0.283 69안타를 기록하며 유망주로 우뚝 섰다. 모리슨은 내년 1월8일부터 이틀간 미국 폐암협회 기금 마련을 위한 '로모야구캠프'를 연다. 그는 말했다. "얼마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제 아버지를 보며 다짐했습니다. 제가 가진 재능으로 사회에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메이저리그를 향한 여정

캔자스시티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메이플우즈 커뮤니티 컬리지 야구팀 소속 모리슨이 2005년 플로리다에 22라운드서 지명된 것은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모리슨은 2006년 플로리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최하위에 속하는 루키리그서 시작했다. 첫해 타율 0.239. '역시나'였다. 2할대 초반 타율을 전전하던 모리슨이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건 2008년 상위 싱글 A에서다. 타율 0.332 13홈런 162안타를 기록하며 반짝 스타로 떠오른 모리슨은 그해 베이스볼아메리카가 꼽은 올해의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 그러나 이듬해 오른 엄지손가락이 부러지며 사람들의 관심도 잠잠해졌다. 모리슨은 재활을 시작했다.

지난 4월 모리슨은 아버지 톰 모리슨이 폐암 말기라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는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자마자 의사에게 물었다. "제 외동아들이 마이너리그에서 야구를 합니다. 잘합니다. 그 아이가 빅리그에서 안타를 칠 때까지만이라도 살 수 있는지요?"

◇아들을 보기 위한 아버지의 여정

아들은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지만 아버지 톰은 경기장을 찾을 수 없었다. 톰의 폐는 이미 수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폐에 연결된 호스에서 시커멓게 응고된 피가 흘러나왔다. 화학치료와 진통제를 맞으며 하루 하루를 견뎠다. "아들의 경기를 봐야 합니다. 단 하루 만이라도 병원을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마침내 병원 측에서 외출을 허락했다. 단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라는 권고가 덧붙었다.

플로리다는 뉴욕에서 메츠와 3연전을 치르고 있었다. 톰은 아내와 기차에 올랐다. 당시 모리슨 가족은 뉴올리언스에 살고 있었다. 뉴욕까지 기차로 꼬박 29시간이 걸렸다.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리슨은 타석에 올랐다. 3연전서 12타수 6안타. 톰은 관중석을 찾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기 전 단 한 번 만이라도 아들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 뛰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아들은 아버지의 수척한 얼굴을 보며 울었다. 그리고 지난 9일 오전. 모리슨은 트위터에 소식 하나를 올렸다. "조금 전 나의 영웅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아버지는 그냥 평범한 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게 아버지는 단 하나의 세상이었습니다." 모리슨은 야구 캠프를 기획했다. "제 재능을 저와 같은 고통을 겪은 폐암 말기 환자들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 플로리다 동료와 코치들도 모리슨의 뜻에 동참했다. 그는 저소득층 등 여건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캠프로 기획 중에 있다.

서지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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