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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빠진 야구 한 선동렬 전격 경질…삼성 감독 임기 4년 남기고 물러나

Los Angeles

2010.12.3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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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승부욕 못 살려 KS 졸전
그룹 차원서 큰 실망감 표출
프로야구 선동열(47.사진) 삼성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후임 사령탑에는 한 해 후배인 류중일(47) 삼성 코치가 선임됐다.

삼성 구단은 30일(한국시간) "선동열 감독이 구단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 용퇴 의사를 밝혔다"며 "선 전 감독은 구단 운영위원을 맡아 팀 쇄신 작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5년간 재계약한 선 전 감독이 임기를 4년이나 남기고 물러났다는 점에서 용퇴가 아니라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이달 초 김응용 사장과 김재하 단장을 교체하고 김인 사장과 송삼봉 단장 체제로 새출발했다. 김 신임 사장은 취임식에서 "외부에서 봤을 때 삼성은 지는 경기에서도 박수를 받는 부분이 조금 부족해 보였다"며 끈기와 근성이 부족함을 나무랐다.

그룹 고위층에서도 삼성이 올해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로 무기력하게 무너진 데 대해 실망감을 넘어 분노까지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선 전 감독은 올 시즌 후반부터 줄곧 "우리 팀은 올해 2등만 해도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투지와 승부욕이 실종된 듯한 모습을 보인 점은 도전과 일류정신을 앞세운 삼성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선 전 감독 부임 후 삼성이 '(투수력과 수비로) 지키는 야구'를 내세우면서 특유의 화끈한 공격이라는 팀 컬러가 사라졌다는 지역 여론이 높았다는 점도 경질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류중일 감독이 후임으로 임명된 것은 삼성 야구의 색깔을 되찾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선 전 감독은 이날 이수빈 구단주와 김인 사장을 만나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현 KIA)에서 '국보급 투수'로 활약한 뒤 2005년 삼성 지휘봉을 잡은 선 전 감독은 6년간 우승 두 번(2005 2006년)과 준우승 한 번(2010년)을 차지했으며 정규시즌 770경기에서 417승13무340패(승률 0.542)의 성적을 남겼다. 삼성 구단은 야구단 출범 30년째인 내년 시즌 구단의 모습을 일신하기 위해 사장과 단장을 교체하고 감독까지 퇴진시키면서 전면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격의없는 대화로 선수들과 융화
WBC·AG서 지도력 인정받아


류중일(47.사진) 삼성 신임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24년간 삼성에만 몸담은 '라이온즈 맨'이다.

경북고와 한양대를 나와 1987년 삼성에서 데뷔한 그는 선수 시절 명유격수로 활약한 뒤 2000년부터 삼성 코치를 지냈다. 젊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친화력을 지녔고 수비코치와 3루 작전코치를 맡으면서 공격과 수비의 균형감을 갖췄다는 평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 코치로 활동하면서 지도력도 인정받았다.

류 신임 감독은 29일 "오늘 오전 10시쯤 김인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너무 얼떨떨했다. 아직도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 명문 구단으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감독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떤 야구를 펼칠지에 대해서는 아직 할 말이 없다"면서도 "대구에는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야구를 즐겨온 올드 팬이 많다. 그분들이 대구구장을 찾아 즐길 수 있도록 재미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다운 포부를 내비쳤다.

삼성은 내년 1월 5일 경산볼파크에서 선동열 전 감독과 류 신임 감독의 이취임식과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신화섭 기자·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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