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에 꼭 할머니를 초대하고 싶었는데…." KCC의 '꽃미남 가드' 강병현(26.사진)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12일 전화 인터뷰 도중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울먹였다. 강병현의 할머니는 지난 8일 오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기도 용인에서 숙소 생활을 하는 강병현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강병현의 가족이 8일 경기가 끝난 후에 통보해 달라고 KCC 구단에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강병현은 이날 인삼공사와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에서 비보를 접했다. 승리의 기쁨에 취해 라커룸에 들어갔던 그는 비보에 통곡했다. 강병현은 "부모님께서 고등학교 때까지 장사를 하셔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면서 "할머니는 '농구 선수는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며 직접 한약을 달여 주셨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돈을 빌려 불고기를 만들어주시곤 했다"며 울먹였다.
지금은 전주 홈구장의 '오빠부대'들이 강병현을 응원하지만 그의 첫 팬은 할머니였다. 강병현은 "최근 할머니 시력이 안 좋아졌다. TV 중계에서 '강병현 슛 골인'이라는 소리가 나오면 누구보다도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프로에 온 뒤 한 번도 할머니를 농구장에 모셔오지 못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인데 지금은 한이 됐다"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강병현은 슬픔을 감춘 채 할머니 상을 치르자마자 10일 팀에 복귀해야 했다.
신선우(55) SK 감독도 최근 어머니의 임종을 하지 못했다. 신 감독은 지난 7일 척추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 병상을 지키다 주치의에게서 "며칠간은 괜찮으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8일 SK가 전자랜드와 경기를 시작하기 몇 시간 전에 신 감독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는 그 사실조차 모른 채 경기를 치렀 다.
이번 시즌 가장 돋보이는 가드 조성민(28.KT)도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그가 2006년 9월 팀의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조성민의 아버지는 혹시라도 아들 훈련에 지장이 생길까 봐 응급실에서도 소식을 알리지 말라고 부탁한 뒤 숨을 거뒀고 조성민은 뒤늦게 비보를 접하고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