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Review - 그린 호넷 (Green Hornet)] 현실감 없지만 눈·귀 '짜릿' 하고 속 '후련'
영화 '그린 호넷'(Green Hornet)을 즐기기 위해서는 딱 한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잠시 정신줄을 놓아 버리는 것 그것이면 된다.감독: 미셸 골드 리
출연: 세스 로건, 주걸륜
장르: 액션, 코미디
등급: PG-13
영화의 내용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인과관계나 실현가능성 여부 같은 것은 생각지도 말고 그냥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적당히 우스꽝스러운 것 만큼만 긴장을 풀고 소란한 액션을 대면한 준비만 하면 된다.
영화는 3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라디오 연속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언론재벌 2세 브릿(세스 로건)은 술먹고 흥청대는 것이 전부인 망나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패닉에 빠졌던 브릿은 아버지의 개인적 업무를 돕던 일꾼 중 한 명인 케이토(주걸륜)에게 무술과 차 개조 무기 조작 등의 비상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와 의기투합해 '그린 호넷'이란 이름으로 도시의 갱 단원들을 무찌르는 일을 해보겠다 결심한다.
하지만 너무 착하기만 한 수퍼히어로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신문사를 이용 '그린 호넷'이란 존재를 문제적 범죄자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더 짜릿한 쾌감을 느껴보겠다는 무리수를 둔다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수퍼히어로가 되기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인물들이다. 덕분에 모든 게 허술하고 빈틈도 수두룩하다.
브릿은 생각과 태도 싸우는 방식이 딱 유치원 아동 수준이다. 케이토는 기술에 있어서는 천재지만 걸핏하면 브릿한테 휘둘리고 당하는 허당일 뿐이다.
이런 두 사람이 뭉쳤으니 장비와 무기는 더할나위없이 훌륭하다 해도 움직이는 족족 수습못할 사고가 터질 수 밖에. '그린 호넷'의 우스꽝스러움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여기에 밑천 생각 안 하고 시원하게 쏟아 부은 액션신의 물량공세가 더해졌다. 걸핏하면 차는 폭발하고 온갖 집기는 박살이 난다. 모든 사람의 손에 들린 총에서 끝도 없이 총알이 발사된다.
현실감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지만 눈과 귀는 어쩐지 짜릿하고 후련해진다. 관객들은 어느 순간부터 뇌의 사고활동을 잠시 멈추고 그저 말초적 수준에서 영화에 자신을 내맡기고 만다.
이 바보스러운 영화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에 정식으로 데뷔한 주걸륜은 대만출신의 중화권 수퍼스타다. 연기는 물론 영화 제작과 연출 음악에서도 천재적 재능을 발휘해 온 아티스트다.
그가 아시아권에서 보여줬던 활약과 연기의 폭에 비해 다소 경박한 역할로 미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또 한 명의 아시안 스타가 할리우드 영화 시장에 연착륙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자 뿌듯함이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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