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마라토너처럼 너무 빠르지 않게 페이스 조절을 할 줄 안다. 20년 가까이 요구르트를 고집해온 '에포카'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다.
1993년 샌타애나시에서 소규모로 출발한 에포카는 이제 하루 70만 병을 생산해 미 전역에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다. 지난해 판매된 요구르트만 2억 5000만병에 달한다.
미국에서 만큼은 일본의 야쿠르트사가 아닌 에포카가 유산균 음료(요구르트)시장 점유율 1위다.
내달 부터는 가주 내 '본스'(Vons) 마켓에도 납품을 시작한다. 한국식 요구르트 맛을 가주 어디서나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20여 년간 씨를 뿌리고 가꿔온 에포카가 이제 '수학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에포카의 뜻처럼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에포카를 생산하는 '윈순'(Win Soon)사의 사우스 게이트 공장을 찾아봤다.
◇ 내 브랜드 있어야
'윈순'은 한국의 '합동산업'(회장 이준상)이 모기업이다. 합동산업은 1978년 설립된 후 남양유업 빙그레 서울우유 등의 음료를 주문생산(OEM)해 온 업체다. 하지만 OEM만으로 기업을 키우는데는 한계가 있었고 미국진출을 통한 브랜드화에 돌입한 것이 바로 에포카다
윈순의 총책임을 맞고 있는 유병규 부사장은 "지금의 에포카는 라티노 시장과 아시안 마켓에 이어 제너럴 시장(아메리칸 마켓)으로 가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을 아시안 라티노 아메리칸 클럽형 마켓으로 나누고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단계를 하나하나 거치며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지며 올라가고 있죠. 섣불리 클럽형 마켓에 도전하다가는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결코 조급해 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3번째 단계다. 오는 2월부터 대형 마켓 체인 '본스'에 본격적인 납품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가주 내 본스 매장 290곳 중 250곳에 입점한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은 전쟁입니다. 이제 시작이죠." 유 부사장의 각오가 엿보인다. 유 부사장은 3D 애미메이션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왔다 2002년 에포카에 입사해 세일즈와 제너럴 매니저를 거쳐 2008년 부사장에 올랐다.
◇ 음료는 승산 있다
유 부사장은 한인업체가 주류 시장을 뚫기에는 음료라는 아이템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라면이 라티노들을 중심으로 미국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실 국물은 잘 먹지 않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음료는 다르죠. 음료는 민족마다 입맛이 그리 독특하지는 않다는 거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합니다."
실패도 있었다. 일본 야쿠르트사의 용기 특허 때문에 다 준비해 놓은 멕시코 진출이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음료 개발투자는 늦추지 않는다.
에포카는 유산균 음료 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바나나 우유가 바로 그것이다.
유 부사장은 "수입되는 바나나 우유는 '우유'가 아닌 '우유맛' 음료라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라며 "기왕이며 진짜 우유가 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싶었다"고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 바나나와 초코우유에 이어 오는 4월에는 딸기 우유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이 3가지 아이템을 포장해 클럽형 마켓에도 도전장을 내밀어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