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꽃 'Laker Girls'
짧기에 더 치열한 치어리더 삶
세계각국에서 500~600명 신청
꽃은 감정을 전달한다. 때문에 생일.졸업식.성묘 등 각종 기념일에 꽃이 빠지는 일은 없다. 꽃은 기쁨과 위로 응원과 안타까움 등 복합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다.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하다.
때문에 '내 편이 이겼으면…' '잘했어! 울지마!' 등 감정을 전달하고 그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치어리더는 '꽃'이라 불릴만하다. 계산된 군무와 화려한 개인기로 수만관중을 유혹하는 레이커 걸스(Laker Girls). 땀 흘리며 경기장 위 '만개(滿開)'를 꿈꾸는 그들을 최근 레이커스 훈련장인 엘세군도 도요타 센터에서 만났다.
▶공식연습
강한 비트가 귓가를 울린다. 아니 눈가에 머문다.
리듬마다 정해진 몸짓으로 박자를 맞춘다. 가슴을 튕기고 허리를 돌린다. 골반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럴 정도로 격렬하다. 유연한 팔다리가 매 초마다 바삐 움직인다. 숨이 가쁠만도 하건만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다.
탁탁 손뼉치는 소리에 22명 팀원들이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형광색 탱크탑에 나일론 바지 차림이다. 시간을 들여 목을 돌리고 다리를 위아래로 찢는다. 가볍게 제자리를 뛰기도 하고 기지개도 편다.
그저 뭉친 근육을 푸는 것 뿐인데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한 올마저 재즈댄스로 보인다. 농구코트 정면에는 전신거울이 붙어있다. 80년대 디스코장에서 나올 듯한 신나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스피커를 통해 클래식 락 부터 힙합까지 다양한 노래가 이어진다.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선 팀원들이 'Kiss'라는 가사가 나올 때마다 입술에 댄 오른손을 앞으로 주욱 내민다. 잠시 요염하게 유혹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7살 말괄량이 같은 웃음을 짓는다. '다들 미소가 참 밝고 예쁘다'라는 말에 리사 에스트라다 단장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옆집 소녀'와 같은 미소가 포인트란다. 그는 "치어리더로서 화려한 춤과 체력은 기본중의 기본"이라며 "누구에게나 '안녕?'하고 웃어줄 수 있는 친근감이 레이커 걸스의 인기비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옆집 소녀'의 미소를 가졌다고 해서 평범하진 않다.
"만약 코비가 '사귀자'고 하면 어때요?"라는 질문에 에린(3년차)이 웃음을 터뜨렸다. "선수와의 연애는 절대 금지에요. 그건 룰이기도 하고 계약서에도 적혀있어요. 게다가 코비는 유부남이잖아요(웃음)."
자꾸 끊기는 음악에 팀원들 모두 옆 사람과 시선.동선.호흡을 맞추느라 분주하다. '한 춤'한다는 22명이 모여 있으니 피튀기는 정글이 따로 없다. "실력만이 모든 것을 말해줘요. 철저한 자기 관리는 기본이죠. 흘린 땀방울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1년차 새내기 멜리사의 말이다. 그러면서 "어디나 똑같지 않나요?"라며 반문했다.
사실 레이커 걸은 자유롭다. 공식연습은 일주일에 단 2번. 그것도 3시간씩이다. 레이커스의 원정경기땐 쉰다. '얼굴로 먹고 산다'는 편견보다 더 견디기 힘든 일은 레이커스의 패배란다. 대단한 전우애다. 베로니카(2년차)에 따르면 모든 경기는 전쟁이다. "전쟁에서 무승부는 없어요. 레이커스의 패배는 나의 패배와 같아요"라며 싱긋 웃는다.
▶미니인터뷰
"치어리더로서의 삶은 짧기 때문에 더 치열해요."
담담한 말투에 귀엽던 얼굴이 순간 어른스럽게 보인다. 레이커 걸 헤더(2년차)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 춤을 출 수 있을 때까지 후회없을 때까지 추고 그후엔 대학원에 가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할 예정이에요."
갓 들어온 멜리사는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이 꿈이란다.
치어리더는 평생 직장이 아니다. 경제적.육체적으로 불안정한 직업이다. 그럼에도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단다. 패션바이어가 꿈인 에린은 "치어리어는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무대위의 짜릿함은 덤이라고 한다. 날마다 새로운 만남에 설레인다는 이들은 얼마나 한국을 알고 있을까?
"한인타운에도 여러번 가서 공연했어요"라며 운을 뗀 에린은 "지난 크리스마스땐 한인타운 은행에서 올해 7월엔 가전제품 쇼핑센터에서 공연했어요. 물론 불고기도 먹었죠(웃음)."
소식(少食)을 모토로 하루에 4~5끼를 먹는 멜리사는 "한국 식탁엔 나물.두부.생선 요리가 많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며 "한식은 건강한 느낌이 든다"고 한식을 극찬했다.
▶레이커 걸스는?
지난 1978년에 창립된 레이커 걸은 NBA 챔피언 LA 레이커스 소속 치어리딩 팀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폴라 압둘과 한국계 미녀배우 문 블러드굿이 이곳을 거쳐갔다. 매년 7월 열리는 오디션에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500~600명의 신청자가 몰려든다. 18세 이상 8년 이상의 댄스 경력 소유자라면 누구나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다.
엘세군도=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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