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서 부는 바람, 서에서 부는 바람] 오바마와 베이너의 아름다운 장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달 25일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했을 때 과거에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장면들이 연출됐다. 그 가운데 내가 감명 받은 장면은 오바마가 연설 중 4번에 걸쳐 한국을 두둔한 것도 아니요, 상하원 의원들이 연두교서 역사상 최초로 소속정당에 상관없이 서로 섞어 앉은 것도 역시 아니다. 또 모든 의원들이 애리조나 총기 난사사건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리본을 가슴에 달았기 때문도 아니다.“아버지가 경영하는 술집 마루바닥을 닦으며 어린 시절을 보내는 고생을 겪으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환영합니다.” 오바마는 베이너 의장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동시에 모든 의원들도 우뢰와 같은 박수를 베이너 의장에게 보냈다. 베이너 의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에 화답했다. 바로 이 장면이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한국의 국회에서는 왜 이런 장면을 볼 수 없을까? 질문을 해 보기도 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통령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하원의장에게 보내는 격려다. 민주당 대통령이 정적 공화당 하원의장에게 보내는 격려다. 흑인이 백인에게 보내는 격려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아메리칸 드림을 달성하기위해 궂은 역경을 거쳐야 했다. 흑인 유학생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사이에 태어난 오바마는 인종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달성하기가 힘든 운명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 역경을 딛고 하와이에서 미국 본토 대륙으로 유학을 왔으며 학부와 대학원을 명문 아이비리그 콜롬비아와 하버드를 나왔다. 그리고 초년 상원의원으로 대통령직에 출마,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것이다.
베이너 의장은 가난한 촌뜨기로 태어났다. 오하이오주 레딩이라는 벽촌에서 12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그는 하원의장 당선기자회견에서 “어릴 적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한 것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술집청소부, 웨이터, 야간경비원 등 노동을 하면서 세이비어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플라스틱제품회사 판매회사 뉴 사이트회사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사장으로 진급했다. 1985년 오하이오주 하원의원, 1990년 연방하원의원에 당선, 11차에 걸친 재선 끝에 의장자리에까지 이르게 됐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은 미국 역사가이며 저자인 제임스 트러슬로우 애덤스가 1931년 그의 저서 ‘미국의 서사시’에서 미국은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여 개인의 능력이나 재능에 따라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로 이 꿈을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정의하면서 미국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미국은 세계 여러 국가에서 온 이민자로 구성된 나라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바로 이민자들을 말한다. 우리 한국 이민자들도 물론 포함돼 있다. 우리 이민 1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이 땅에 왔으며 고생을 감수하고 이 꿈을 향해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많은 이민자들이 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 속에 빠져 있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은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나라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코리안 드림’과는 다른 점들이 있다고 보겠다. ‘코리안 드림’은 인맥, 혈맥, 학맥, 지맥, 직장맥 등이 얽혀져 이루어지는 수가 많다. 이 맥 테두리 안에서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다. 맥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들과는 대립과 반목이 지배한다. ‘아메리칸 드림’의 형성과정에서 보여주는 화합, 격려, 소통, 배려가 부족하다. 미국사람들은 초등학교 문턱에 들어서면서 남의 의견을 들어주는 배려와 화합을 배운다.
이런 교육과정과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과 정치노선이 맞지 않는 베이너 의장에게 칭찬과 격려를 보내고 베이너 의장은 엄지손가락을 쳐들며 오바마 대통령을 격려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한국 국회에서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다. [email protected]
허종욱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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