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의 명문 공대인 버지니아텍을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산골 마을 블랙스버그에도 매주 토요일 한글학교가 아침 9시부터 낮 12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한인 유학생이 대부분인 블랙스버그의 한인 사회는 입학 및 졸업으로 인한 한인 인구유동이 매년 있다는 점에서 이민사회와는 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작은 시골마을의 대학 캠퍼스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고, 매 학기 50여명 정도의 많지 않은 학생수이지만, 블랙스버그 한글학교의 명맥이 지켜지고 있는 것은 한국과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만 3세부터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조그만 아이가 자기 몸집보다 더 큰 가방을 등에 매고 한글학교에 오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한글학교에 가고 싶어서 토요일만 기다린다는 그 작은 아이들이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서 한글을 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다시 한 번 한글학교 교장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좁은 한인 유학생 사회에서 10여명의 선생님들은 학교 밖에서는 아이들에게 이모 또는 삼촌으로 불리우며 아이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함께 하고 있어 더욱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다. 수줍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어 한국어 발화를 증진시키고, 적극적인 아이들에게는 읽기와 쓰기, 말하기와 듣기를 연계하여 상호보완적인 교육을 한다.
특별히 3~4세반은 보조교사를 두어 교사 1인당 학생수가 2~3인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열정에 비하면 일주일에 3시간 수업은 공부만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특별활동을 매학기 8주차(총 15주)에 실시하여 1교시는 학부모 참관 수업, 2교시는 각 반별 특별 활동, 그리고 3교시는 전체 학급이 모여 과학 실습, 한국 문화 체험 등의 시간을 갖는다. 매학기 10주차에는 그동안 배운 것을 중간 점검하여, 담임선생님의 의견을 첨부한 성적표를 각 가정에 발송한다. 또한 봄학기에는 운동회 겸 사생대회로 학기를 마무리하고, 가을학기에는 학급 발표회로 한 해를 정리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대학 도시인 블랙스버그의 한글 학교는 대부분 한인 유학생 또는 그 가족들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기에 선생님들의 잦은 이동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스버그 한글학교가 해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찰 수 있는 이유는 많은 선생님들의 희생과 학부모님들의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의 한글에 대한 뜨거운 열정 덕분일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한글에 대한 사랑이 블랙스버그의 모든 한인들에게 지속되기를 바라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작은 마을에서 한글학교 교장직을 맡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