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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포커 프로 갬블러 차민수씨

New York

2000.08.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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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프로바둑기사(4단)이면서 포커 세계 1인자로 알려진 LA출신 차민수(50)씨의 파란만장한 삶이 드라마화 된다.

원작은 바둑 칼럼니스트 노승일씨가 차씨를 소재로 쓴 베스트셀러 소설 ‘올인’. SBS는 올인을 바탕으로 한 30부작 미니시리즈를 내년 봄에 방영할 계획이다. 특히 사상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허준’의 작가 최완규씨가 각본을 맡게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단돈 18달러로 시작해 포커계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선 차씨는 그야말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랭킹 1위의 월드클래스 포커 플레이어인 차민수씨는 아내와의 이혼, 마약중독 등을 이겨내며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재기해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된 입지전적인 인물.

한국전쟁으로 인해 유복자로 태어난 차씨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아 다방면으로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다. 포커와 바둑이 아니더라도 바이올린 솜씨도 프로연주자 못지 않는 수준급이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한 집안에서 자라서 20대 초반이던 73년에 프로바둑기사의 길에 들어섰던 그가 미국에 온 것은 당시 미국에서 피아노 교수로 있던 누이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기가 안맞았는지 76년 미국으로 건너와 옷장사를 시작한 그는 곧 불어닥친 오일쇼크로 인해 인생의 큰 위기를 맞게 됐다.

끝이 안보이던 불경기로 인해 계속 손해를 보다가 결국 돈을 벌기위해 그가 시작한 게 바로 포커였다. 젊을 때부터 즐겨했기 때문에 내심 자신이 있었던 그는 돈을 따면서 그 재미에 빠져버렸다. 그러다보니 밤을 새며 포커를 하는 날이 점점 더 많아졌다. 어느날 피로를 이기기 위해 코케인에 손 대게 되고 결국 3년 반동안 마약에 찌들어 지냈다.

“정말 어둠의 나날이었습니다. 도대체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더군요. 문득 죽어가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눈에 보이며 더이상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마약을 끊고 새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흔한 약물치료 한번 받지 않고 오로지 정신력으로만으로도 마약을 이겨낼 수 있었던 그는 이번엔 이혼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내에게 준 그에게 남은 것은 빈손뿐이었다.

갈 곳없던 그가 찾아간 곳은 누이의 집. 그러나 아무리 형제라고 해도 오랜 기간을 얹혀 지낼 수는 없는 일. 결국 손에 달랑 18달러를 쥐고 누이 집에서도 나오게 된 그는 그때 이후 독하게 세상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큰 돈은 모이지 않았다. 장사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다 지친 그는 결국 어렵사리 모은 돈 1천6백달러를 갖고 다시 도박에 손대게 됐다.

도박장을 찾은 첫날 9백달러를 잃은 그는 둘째날에 다시 6백달러를 잃고 말았다. 수중에 남은 돈은 단 1백달러. 이제 그는 더이상 꺼릴 것이 없었다. ‘이젠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카드를 잡아 들었다. 과연 신의 도움이었을까.

행운의 여신은 그가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 가서야 손을 내밀었다. 결국 그 ‘마지막’ 판에서 돈을 따게 된 차씨는 이후 큰 돈을 벌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현재의 아내(차송희)를 맞아 생활의 안정을 찾게 된 그는 지금도 평균 승률 90% 이상을 기록하는 프로갬블러(월드클래스 플레이어)의 최정상에서 굴곡많았던 자신의 삶을 떠올릴 때가 많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프로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재기하기 위해 도박을 시작했을 때 정말 지독하게 공부했습니다. 배우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았죠.”
진정한 프로로 남기위해서 그가 기울이는 노력은 유별나다.

“흔히 갬블러하면 지저분한 생활을 떠올리기 쉽지만 진정한 프로는 생활이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항상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술, 담배는 전혀 입에 안대며 신앙 생활에 충실한 평범한 가장이다.

이번 드라마 제작으로 SBS로부터 1천만원을 받은 그는 전액을 현재 간경화로 고생하고 있는 이준학 프로바둑기사의 병원비로 내주었으며 앞으로 소설 원작자로부터 받게될 3천만원도 한 고아원에 기탁할 계획.

“공돈 받는 것을 싫어해 도움이 될 만한 사람에게 준 것 일뿐이다”라고 겸손해 하는 그에게선 노력으로 얻은 것만을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는 진정한 프로정신이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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