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유명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 ESPN 누드 화보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던 세계적 당구 스타 자넷 이(40· 한국명 이진희)는 “몸에 워낙 자신이 없어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촬영이었다”고 털어놨다.
미 언론이 ‘섹시 여자 스포츠 스타’라고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자넷 이. 하지만 이씨는 선천적으로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Scoliosis) 때문에 온몸에 성한 곳이 없다. 13세 때 첫 진단을 받은 후 수십 차례 반복된 수술 때문이다. 2005년에는 무려 9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 했고, 지금도 허리에 철심이 박혀 있다.
21일 묘기당구 시범 행사가 열렸던 플러싱 캐롬당구장에서 만난 그는 등과 목에 난 수술 자국들을 보여 주며 “이런 상처들 때문에 여자로서 누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자고 결심했다”는 이씨는 “제작진에 일부 상처는 가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해 준다고 말만 하고 결국 가리지 않았다”며 웃기도 했다.
사실 이씨의 플러싱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캐롬당구장 대표 마이클 강씨와 당구계의 전설로 알려진 고 이상천 선수와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자주 찾는 곳이다. 20여년 전 지인의 소개로 강 대표와 이 선수를 처음 만난 이씨는 “내게 또 다른 당구 세계를 알게 해 주고 진심으로 힘이 돼 주는 분들”이라며 한인 당구인들과의 깊은 친분을 과시했다.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이씨는 21세 때인 1993년 미 프로 당구계에 입문한 뒤 수 차례 세계 타이틀을 거머쥐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건강 때문인지 2007년 이후에는 수상 경력이 없다. 미 당구협회(APA) 대변인 자격을 갖고 있는 이씨는 협회와 함께 자신의 별명을 딴 ‘흑거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살고 있는 이씨는 2004년 한 교회를 통해 입양한 아이와 2007년 보호자 권한을 갖게 된 아이 등을 포함해 6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씨는 프로당구 선수인 조지 브리드러브와 결혼했지만 계속 자넷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류상에는 남편 성으로 돼 있지만 한국인 선수로 알려지고 싶다”는 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