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는 시드부지드라는 조그마한 도시가 있다. 이곳에서 작년 12월 17일 아랍국가를 시민혁명의 파도 속으로 몰아넣는 도화선이 된 '시드부지드 항거'가 일어났다.
무함마드 부아지지는 대학을 졸업했으나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장 한 모퉁이에서 과일행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과일행상 수입으로는 가족을 돌볼 길이 없어 생활고에 허덕였다. 그는 경제난과 독재정치를 분신자살로 항거했다. 그의 분신자살 모습이 스마트폰 트위터 페이스북 등 모바일을 통해 전국적으로 번져 나갔다. 결국 '시드부지드 항거'는 '재스민 혁명'으로 이어져 4주 만에 23년간 독재정치를 해온 벤 알리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냈다.
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며 향내가 은근하게 멀리까지 퍼지기 때문에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 누가 '시드부지드 항거'를 '재스민 혁명'으로 명명했는지 모른다. 튀니지 시민항거를 보도했던 한 뉴스 미디어가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튀니지 시민들이 재스민 꽃송이를 들고 시가지로 나와 벤 알리 항거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라는 말과 튀니지 시민항거가 재스민의 향기처럼 튀니지 전국은 물론 이집트 예멘 리비아 요르단 등 아랍제국으로까지 번져갔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재스민 혁명'은 혁명역사에 새로운 장을 기록했다. 그것은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력이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민운동들이 각각 그 특징을 나타내는 꽃 이름으로 명명됐다. 2003년 그루지아의 '장미혁명'이 있다. 시민들이 장미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2004년 키르기스스탄의 '튤립 혁명' 등이 있다.
그러나 '재스민 혁명'은 다른 '꽃'들과 그 위력이 다르다. '재스민 혁명'은 인터넷 '재스민'의 검색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시민들 사이에 퍼져나갔으며 삽시간에 국경을 넘었다. 말하자면 혁명이 아랍국가들 사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중국 인터넷에 '재스민 혁명'을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심도시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공안당국이 시위를 해산시키는데 성공했으나 불씨는 남아 있다. '천안문 시민항거'로 진통을 겪은 경험이 있는 중국에 불똥이 떨어졌다. 중국당국은 21일 현재 영어단어 'jasmine' 또는 'jasmine revolution'과 중국어 단어 '모리화'를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차단했다. '재스민 도미노 효과'를 막아보자는 조치다. 그러나 이 조치가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아랍과 중국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났던 시위가 북한에게도 '강 건너 불'일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를 차단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정일은 주민들의 사상무장을 더 강화하는 반면 만약의 경우 평양시를 사수할 수 있는 특수부대를 배치했다.
그러나 북한에도 머지않아 재스민의 향기가 숨어들 것을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북한시민들의 항거를 남한은 대비해야 한다. 북쪽에서는 불이 붙었는데 남쪽에서는 남남대립으로 세월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요즘 아랍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민혁명들을 보면서 이런 혁명들이 일어나리라고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하는 질문을 해본다. 머지않아 북한에도 재스민의 향기가 넘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