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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동화 속의 아이들

이기희/윈드화랑 대표·작가

“엄마, 나 시집 갈래.” 직장 생활 2주만에 받은 통보다. 대학 졸업한 지가 엊그젠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벌써 남자 생겼어.” 콩닥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묻는다. “아니. 좋은 남자 생기면 곧 할 테니까 준비 단단히 하고 있어.”

제 시집 가는데 나보고 준비하라니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저처럼 '얼굴 반반하고 머리 차고 섹시(?)하고 능력 있는 아가씨'는 프라임 타임을 놓치면 독신으로 살 확률이 높아진다나. 혼기 안 놓치고 시집 갈테니 세기(?)의 결혼 올릴 만반의 준비를 해 놓으라는 명령(?)이다.

그래도 혼자 살겠다고 안하고 시집 간다는 말이 고마워 “등록금 댄다고 허리 삐쳤으니 좀 회복할 시간을 주세요” 라고 애교를 떤다. 산 너머 산이고 강 건너 태산인 게 자식 키우는 일이다.

4월에 있을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으로 벌써부터 지구촌이 시끌벅적하다. 신부가 될 케이트는 배송 전문 완구업체로 자수성가한 아버지와 여객기 승무원 출신의 어머니를 둔 평범한 중산층 출신이다. 영국 왕위 계승자가 귀족 아닌 평민과 결혼하는 것은 1660년 제임스 2세가 앤 하이드와 결혼한 이후 350년 만의 일이라 현대판 신데렐라 동화를 보는 기분이다.

21세기 동화 속 신부 미들턴은 화려한 마차를 타고 결혼식장에 도착했던 왕실 전통을 깨고 결혼식장까지 차량을 이용한다. 결혼식 장소인 웨스트민스터 성당은 1997년 윌리엄의 모친인 고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이 열려 수많은 영국인들의 심금을 울린 곳이다.

30년 전 ‘신데렐라’ 다이애나는 1만여 개의 진주가 박힌 아이보리색 가운을 입고 4륜 대형 마차를 타고 예식장에 도착했는데 웨딩드레스 길이만 8m로 당시 신데렐라를 꿈꾸는 뭇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결혼식 비용은 지금의 화폐 가치로 100억원이나 들어간 초호화판이었는데 이번에는 경제적으로 힘든 영국민들의 상황을 고려해 ‘긴축형’으로 치른다고 한다. 초청 인원만 1900명이니 서민이 생각하는 ‘긴축형’하고는 판이 다르다.

‘신데렐라’의 작가 샤를 페로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동화작가로 프랑스 아동 문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1697년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민담을 모아 동화집을 냈는데 ‘옛날, 그리고 짤막한 이야기’라는 제목에 ‘어미 거위 이야기’라는 부제목을 달았다.

이 책에 너무나도 유명한 ‘신데렐라’‘장화 신은 고양이’‘빨간 모자’‘잠자는 숲속의 공주’‘푸른 수염’‘고수머리 리케’‘꼬마 엄지’ 등 여덟 편의 동화가 총망라돼 있다.

동화는 동화를 믿는 자에게만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된다. 동화 속 신데렐라는 시련과 고통이라는 통과의식을 거쳐야만 신분상승의 기회를 얻는다. 21세기의 신데렐라들은 더 이상 요정의 주술에 목 매달지 않는다. 호박을 마차로 바꾸고 쥐들을 마부로 변신시키고 누더기를 드레스로 바꾸는 힘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청춘’‘젊음’이란 단어 속에는 동화같이 아름다운 내일을 꿈꿀 자격이 담겨 있다. 딸들이여! ‘생활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동화 속 신데렐라의 꿈을 버리지 않길 바란다. 신부 드레스 한 벌이 웬만한 집 한 채 값이고 다이아몬드 촘촘히 박힌 반지가 민초가 평생 벌 수 있는 돈을 능가해도 기죽지 말고 ‘내일’이라는 단어에 주술을 걸기 바란다.

달콤한 키스로 척박한 생의 힘든 주술을 풀어 줄 왕자를 만날 수만 있다면 풀반지 끼고 초원에서 평생을 약속한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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