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5달러, 티셔츠 1달러…토요일 새벽시장 "싸요, 싸"
자바시장 '7일장'을 가다
의류·가방·구두·액세서리 다양
'남대문 도깨비 시장' 옮겨 온듯
불경기 이후 알뜰 쇼핑객 북적
메이시같은 백화점 매장에서도 볼 수 있는 여성 탑이 2장에 7달러 드레스 5달러 면티는 1달러에도 건질 수 있다. 100달러만 들고 가면 양 손에 옷 보따리를 나눠 쥐고 올 수 있다는 곳이다. '알뜰 쇼핑족'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이유다. 한 업주는 "불경기가 시작된 이후 이 곳을 찾는 고객들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7일장'이 서는 그 아침이 궁금해 직접 찾아봤다.
◇'짝퉁' 동대문 시장
LA다운타운 샌피드로와 12번가에 있는 샌피드로마트 3층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5시. 새벽 5시부터 시작이라고 했으니 장이 서는 초반 풍경을 놓칠 수는 없는 일. 부리나케 상가 쪽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본격적인 장은 아직 서지 않았다. 의류업소들은 그 시각부터 한 곳 두 곳 문을 열고 매장 앞 주차 공간으로 옷을 내놓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왔네요. 7~8시쯤 돼야 한창인데…." 여성의류매장 '데코'의 여사장이 어리둥절해 하는 기자를 보고 웃었다. 동대문 새벽 시장을 가본 지 오래 돼 요즘은 어떨 지 모르지만 이 시각이면 벌써 북적이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짝퉁 동대문'.
'토요일 반짝시장'의 주류는 역시 여성의류. 매주 수 백여 업소가 참여한다. 여기에 가방구두액세서리 등 다양한 업소들이 합세한다.
◇반짝시장의 맛은 '흥정'
30분 정도 지나자 문을 연 가게들이 제법 늘었다. 6시를 넘어 서면서는 서너명씩 무리를 지어 물건을 고르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인보다는 타인종들의 발길이 먼저였다. 대부분 손님들은 가격표대로 셈을 치렀다. 하지만 이날 장사는 어차피 땡처리가 아닌가. "아줌마 이거 얼마예요?" "5달러요!" "아니 그거 말고 더 착한 가격으로." 귀에 익숙한 우리말! 드디어 한인 손님들의 활약도 시작된 건가.
◇'쇼핑 반 구경 반'
잠이 든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연인이나 자매 등 가족단위 모습이 많았다.
다이아몬드바에서 소문을 듣고 딸과 함께 찾았다는 한 어머니는 “글쎄요. 싼 것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 것 찾기가 쉽지는 않네요”라고 말했다. 토요일마다 시장에 나온다는 자매는 쇼핑하는 솜씨가 보통을 넘었다. “자주 오다 보니 디자인이나 박음질 등이 마음에 드는 집이 보인다”고 말했다. 자매 중 한 명은 자바에서 괜찮은 물건을 사다가 다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했다.
◇볼거리는 골목과 길가에
샌페드로마트를 벗어나, 뒷골목으로 갔다. 차량 한 대 정도 지날 건물 사이 골목에도 상인들이 빼곡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 블록 더 동쪽으로 가면 그로커길이 나왔고, 차들이 다니는 2차선 도로에 접한 인도에도 상인들이 늘어 서 있었다. 8시가 가까워지자 남북으로 샌페드로길과 스탠포드, 동서로 9가부터 15가 LA페이스까지 상인과 손님들로 출렁였다.
◇남대문 '도깨비시장'
장터엔 옷과 가방, 액세서리, 신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양말에 스카프, 모자는 물론이고 파운데이션, 립스틱, 로션 등 화장품, 운동용품에 애들 학용품과 장난감까지 펼쳐져 있었다. 모기잡는 에프킬러나 좀약, 에어졸까지 찾을 수 있다면 ‘영락없는 남대문 도깨비 시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 상인들은 한인들보다는 멕시칸 등 타인종이 더 많아 보였다.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장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먹거리. 12번 길가를 따라 푸드 트럭만도 2개나 보였다. 생과일을 즉석에서 주스로 만들어 주는 곳도 있었다. 멕시칸들이 대부분인 탓인 지 ‘뿌뿌사스’ ‘깨살리아스’ ‘브리또’ ‘다말’ 등이 보였다. 한 개에 2달러하는 ‘뿌뿌사스’는 밀가루 반죽 가운데 달콤한 내용물을 넣고 기름을 발라 굽는 데, 생김새가 딱 호떡이다. 벌써 5시간 이상 시장통을 헤맨 탓인지 허기가 졌다. 2달러짜리 ‘뿌뿌사스’를 사, 한 입 베어 물었다. “제법 맛있네.”
장터는 오전 11를 넘으면서 슬슬 철수하는 분위기였다. 아직 잠자리에 있어도 좋을 주말 오전의 게으름만 반납할 수 있다면 이민 생활의 새로운 맛을 느껴볼 수 있는 풍경들이었다.
김문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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