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보기 전까지는 로마만이 살아있는 박물관인줄 알았다. 경상도 한쪽 구석의 작은 도시에 이처럼 역사적 유물과 볼거가 가득할 지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고국 관광의 경주 여행은 천마총과 첨성대, 에밀레종, 경주 국립 박물관, 안압지로 이어지는데 조상 님들의 예술적 감각과 우주를 보는 과학적 통찰력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세계적인 유적지, 경주를 더욱 관광객과 가깝게 하고자 조성된 보문단지에서의 하룻밤은 아주 쾌적했다. 다음 날 아침, 토함산에 올라 만난 석굴암의 부처님은 모나리자보다 더 미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민족을 굽이 살펴보고 계셨다.
다보탑과 석가탑의 두 보물을 안고 있는 불국사는 경주의 또 다른 보배. 입구의 사천왕상은 강력한 율동 감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고 대웅전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관광객들을 압도한다. 아미타불의 서방 극락정토를 옮겨 놓은 극락전 앞에 서자 삼라만상을 뒤로하고 끝없는 명상의 세계에 파묻히고 싶어진다.
깨달음 깊은 스님들로부터 화두가 될 만한 지혜의 말씀 한 두 마디 담아가고 싶었지만 스님들이 계신 곳은 관광객들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있어 아쉬웠다.
젓갈이 두 가지에 찌개, 생선 구이까지 한 상 푸짐하게 나오는 쌈 밥집이 물 좋은 이 고장 인심을 헤아리게 했고 특산물인 버섯을 이용한 버섯 전골 맛도 감칠맛이 그만이었다. 보기도 아름다운 경주 빵은 혼자 먹기 아까워 한 보따리 싸 가지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