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에 그윽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마음은 텅 비고 설악산에 올라 동해를 내려다보니 신선이 따로 없어라
고국 방문의 마지막 기착지는 속초시와 설악산. 아침 일찌감치 경주를 출발했는데도 구비 구비 대관령 넘어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거의 해질녘이 되서야 의상대에 도착했다. 신라의 고승, 의상 대사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명상에 들기를 즐겨했다는 지점에 서니 대 스님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아름다운 동해의 쪽빛 물결이 더욱 푸르게 가슴으로 다가선다.
언덕을 그대로 놔둔 채 바다 위에 지어 놓은 홍련암은 자연 경관을 살린 한국 사찰 건축의 백미. 법당 마루바닥 아래로 뚫린 구멍으로 동해의 파도와 바위를 보며 조상 님들은 어떤 가르침을 받았던 것일까.
오봉산을 배경으로 한 낙산사 역시 의상 대사가 관음보살의 계시를 받고 지었다는 절이다. 낙산사의 주위경관이 어찌나 빼어난지 절 안의 암자에 주리를 틀고 한달 정도 신선 노릇하다 내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저녁 일곱 시가 되자 영혼을 흔들어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종소리가 경내 가득히 울려 퍼진다.
그윽한 종소리의 공명이 어찌나 깊은지 마음을 텅 비우게 만든다. 아쉬운 낙산사를 뒤로하고 설악산을 향해 출발한다. 가장 높은 대청봉을 정점으로 펼쳐진 설악산은 남한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 봄날의 화려한 꽃, 여름의 맑고 깨끗한 계곡, 울긋불
긋한 가을의 단풍, 눈 덮인 설경 등 사시사철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명산이다.
한계령과 미시령을 경계선으로 동해 쪽은 외설악, 서쪽은 내설악이라 부르는데 외설악에는 기암절벽과 큰 폭포들이 많이 있으며,내설악은 계곡이 아름답고 산세가 빼어나다. 오랜만에 조국의 땅을 밟으며 산의 정기를 받으니 힘이 가득 솟아난다.
동해에서 잡힌 황태로 만든 해장국과 황태 찜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고 시골 할머니들이 만든 손 두부도 깨끗하고 정갈하다. 돌솥에 밤과 대추, 인삼과 은행을 넣어 정성껏 지은 영양 솥밥은 입에 쩍쩍 달라붙을 정도로 맛깔스럽다.
양념 간장만 있으면 다른 반찬 없이도 두 그릇 정도는 가볍게 뚝딱할 정도다. 아름다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 세상 좋다는 곳, 많이 가봤지만 우리 조국만큼 아름다운 하늘과 땅을 보지 못했다. 떠나 살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조국의 품에 가득 안겨보자. 먼길 찾아온 우리들을 조국은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가만히 끌어안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