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교차로] 불운을 딛고 나면
이기희/윈드화랑 대표·작가
일본에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는 인간이 대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요 사례다. 쓰나미는 해저에서의 지진, 해저 화산 폭발, 단층 운동 같은 급격한 지각변동이나 빙하의 붕괴, 핵실험 등으로 발생하는 파장이 긴 천해파를 말한다.
명실상부 일본은 ‘과학 선진국’이다. 이런 일본의 자존심도 천연재해 앞에선 한갓 바람에 날리는 휴지에 불과 했다. 일본은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인재로부터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세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나라로 꼽힌다.
하지만 진도 9의 지진과 쓰나미에는 속수무책, 자연과 인간, 자연과 과학의 쟁투는 자연의 '승리'로 끝났다. 자연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순리를 따르고 더 깊이 관찰하고, 이해하는 대상일 뿐이다.
겨울에 징후를 보이는 봄 날씨, 점점 더 녹고 있는 빙하, 집중호우와 폭염 등 온실효과 전조 등 기후 변화는 기후 붕괴로 이어져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할 태세다.
과학의 역사는 자연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에서 출발했다. 과학이 없던 시절 자연현상은 신의 영역이었다. 천재지변은 신의 노여움이었고 인간은 그 노여움이 가라앉기를 속절없이 기다렸다. 과학은 천재지변을 포함한 자연현상을 인간의 영역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그 한계점에 도달했다.
희귀병 조로증으로 아들을 잃은 쿠시너는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벌어질까’라는 책에서 자신이 겪은 슬픔과 분노를 인간의 삶과 종교의 역할을 통해 담담히 풀어 놓고 있다.
인간은 평소 선한 행위를 쌓고 그에 따른 상급을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운이 잇따르는 경우도 있다. 그 불행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사건일 뿐 때로는 이 불완전성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그는 설명한다.
‘오웬과 음제’는 하마와 거북이의 따뜻한 사랑을 보여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포토 에세이다. 주인공 아기 하마 오웬은 동남아시아에 불어 닥친 끔찍한 쓰나미로 엄마 아빠를 잃고 두려움에 떨다 극적으로 구조된다. 오웬은 케냐의 한 동물원으로 이송되는데 그 곳에서 오랫동안 홀로 살아온 늙은 거북 음제를 만나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지구촌의 모든 나라가 손잡고 일본 국민을 위로 할 때다. 이번 지진 참사가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간 것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어떤 목사의 발언이나 “천벌이 내린 것”이라는 정치인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노아의 홍수로 세상을 쓸어버린 하나님은 ‘다시는 사람으로 말미암아 땅을 저주하지 아니하리니’(창세기 8:21)라고 약속하셨다. 지은 죄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면 세상에 벌 받지 않을 자 누구 있을까?
세계는 지금 죽음의 공포 앞에서 일본인들이 보여준 의연하고 침착한 질서의식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이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진장한 미래의 국가 자산이다. 불가항력 불운 뒤에 다시 일어 설 일본의 밝은 내일을 본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