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맞아 오랜만에 등교길에 나선 자녀들의 힘든 뒷모습을 보는 부모들의 심정이 안타깝다. 아이들의 책가방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점점 무거워져 가는 책가방이 어린 학생들의 척추와 등, 목에 심각한 질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들어선 많은 학교들이 총기류나 마약의 은닉장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내 사물함을 폐지하고 나선 반면 정작 들고 다녀야할 교과서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져 학생들의 굽어진 등이 펴질 기미를 안보인다.
벤추라에 있는 한 초등학교의 학생들의 가방을 조사해본 결과는 학생들의 가방무게가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한 학생의 가방속에서는 사회책, 바인더, 소설, 운동화, 물병, 펜 4개, 양말 등이 나왔는데, 가방의 무게는 무려 17파운드. 다른 일부 학생의 경우 가방의 무게가 30파운드나 돼 자신 몸무게의 1/3 이 넘었다. 아이들이 메고 다니는 책가방이 자신의 몸무게보다 10∼20%를 초과해선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무색할 정도다.
더욱이 학교내에 책과 소지품들을 보관할 장소가 없는 학생들은 매일 필요한 학용품들과 심지어는 방과후 과외활동을 위한 물품까지 가지고 다닐 수 밖에 없기때문에 부모들의 걱정을 가중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무거운 가방은 등과 목에 통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척추를 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웨스트 빌리지의 척추지압사 테리 쉬로더는 “무거운 가방으로 등과 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폭증하고 있다”며 “어린 학생들의 척추는 가방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연약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소비자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98년 한해동안 미 전국에서 5∼14세난 어린이 3,300여명이 허리나 어깨 통증에 따른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으며 이들이 치료를 받게된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무거운 책가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었다.
점점 늘어가는 가방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최근엔 가방의 운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롤링 백팩(바퀴달린 책가방)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계단이나 오르막길에서는 롤링 백팩 사용도 쉽지 않아 어린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게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사실과 관련, 소아과의사들과 척추지압사들은 어깨나 허리의 통증은 천천히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가방이 너무 무겁다며 짜증내는 자녀들의 불평을 부모들이 그냥 지나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할 수 없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할 경우 가장 무거운 책부터 차례로 가방 밑에서부터 쌓고 두 개의 가방끈의 길이를 똑같게 하고 가방끈을 두껍게 해서 어깨에 최대한 부담이 덜 되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