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데운 사케 한 잔에 금방 구워낸 생선구이가 절로 생각나는 환절기에 어두워지면 차가운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무리들이 회사 근처 술집으로 향하던 뒷골목 풍경도 생각난다.
LA 다운타운 리틀도쿄 인근 새로 문을 연 '토라노코'(Toranoko)는 회사 근처 후미진 골목에 있던 추억의 술집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비교적 입맛에 맞는 일본식 안주와 다양한 등급의 사케를 골라 주문할 수 있는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다.
LA의 첫번째 이자카야인 '혼다야'(Hondaya)가 LA에 상륙한 지 1년여만에 최근 다운타운에는 정통 스시집 대신 '푸구'(Fugu) '하루 울라라'(Haru Ulala) 등 선술집이 속속 들어섰다.
여기에 '스시로쿠'(Sushi Roku) '카타나'(Katana) 등 유명 일식당으로 성공을 거둔 이노베이티브 다이닝의 마이클 카데나스가 부티크 이자카야인 '토라노코'를 오픈하면서 리틀도쿄는 바야흐로 이자카야 밀집지역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토라노코'가 부티크 이자카야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작지만 고급스런 실내 인테리어와 타파스(Tapas) 스타일의 작은 양의 안주들은 저렴하고 서민적인 선술집인 이자카야의 컨셉트와는 다르게 별 4개짜리 레스토랑의 퀄리티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클 가데나스 토라노코 사장은 "일본의 이자카야는 보통 대형 체인을 통해 대중화되면서 퇴근 후 술 한 잔 하려는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들러 즐길 수 있는 저렴한 안주들로 메뉴가 채워진 반면 '토라노코'는 최상급 재료로 만든 스시와 사시미를 기본으로 각종 꼬치구이와 퓨전 아시안 요리들이 질 좋은 사케와 와인 그리고 다양한 칵테일과 함께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가모 토푸(Gamo Tofu)라는 에피타이저는 검은깨로 만든 고소한 두부 위에 우니(성게알)를 얹은 고급요리로 적은 양이지만 강렬한 풍미로 미각을 깨우는 독특한 메뉴다. 싸구려 재료로 양념을 강하게 하는 대부분의 안주와는 달리 심플하지만 전혀 새로운 맛이다. 토라노코의 수석 주방장 히사하루 카와베는 베버리힐즈의 유명 스시집이자 아이언 쉐프인 노부의 레스토랑 '마츠히사(Matsuhisa)'에서 경험을 쌓은 15년 경력의 전문가로 토라노코가 부티크 이자카야로 불리우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토라노코'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사케 안주인 꼬치구이는 물론 어묵 버섯 철판구이를 비롯 분식 메뉴인 오코노미야키 야끼소바 등 캐주얼한 일식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직원들이 친절하게 주문을 도와주므로 요리 이름이 익숙 치 않더라도 자세한 설명을 통해 취향대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레스토랑 중앙에 스무 명 정도가 동시에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놓여있어 눈길을 끈다.
칸막이로 방방이 분리된 청담동 이자카야와는 달리 옆사람이 시킨 메뉴를 옆 눈으로 훑어 보며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 바람 부는 봄 밤 지인과 술 한잔을 나누며 옆자리에 앉은 취객의 열기로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 그것이 바로 '토라노코'가 그려내는 2011년 LA 스타일 이자카야의 차별화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