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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리즈와 다이아몬드

이기희/윈드화랑 대표·작가

만인의 연인은 한 사람의 연인이 되기 힘들다. 세기의 연인 할리우드의 전설로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 천 만개의 별 빛을 담은 눈, 섹시함을 넘어선 도도한 자태, 고혹적인 미소로 연기와 미모,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리즈 만큼 대중의 관심을 받은 여배우는 없었다.

“나는 평생 화려한 보석에 둘러싸여 살아왔어요. 하지만 내가 정말로 필요로 했던 건 그런 게 아니었어요.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 그 것뿐이었어요” 라고 말한 것을 보면 정작 본인은 진정한 사랑을 그리워하며 외롭게 살았던 것 같다.

리즈는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며 결혼과 이혼을 되풀이 해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의 사랑도 한 몸에 받은 배우다. 거침없이 자기가 원하는 것, 그것이 남자든 다이아몬드든지 선택한 그녀의 삶은 50~60년대 형식과 틀에 묶여 보수적인 시대를 살던 여성들의 숨통을 트게 했다.

여자의 삶도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빌미를 제공했다. 비록 그것이 그녀가 가진 미모나 외향적인 조건에 의해 가능했다 해도 결혼과 이혼이 남성위주의 권위적인 것에서 탈피해 여성의 자의적인 선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현금과 부동산, 보석 등 약 6700억원 정도의 재산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중에 상당한 부분이 값비싼 보석과 다이아몬드다. 뉴스에서 잠시 본 다이아몬드 콜렉션은 ‘억’하고 소리 지를 정도로 수 억 대를 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화려하다.

한 두 개를 빼고는 대부분이 그녀를 흠모하고 사랑했던 남자들이 바친 선물이라니 미모야 천차만별이라 해도 남자(?)로부터 평생 반반한 선물 한 개 받지 못한 나 같은 여자들은 배가 아플 지경이다.

영국 배우 리처드 버튼은 리즈에게 69캐럿 다이아몬드를 결혼 선물로 바치며 두 번씩이나 결혼했지만 남편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했다. “리즈에 한해서 다이아몬드가 남자보다 훨씬 오래 간다” 말에 전적으로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다이아몬드는 무적을 뜻하는 그리스어 ‘adamas’에서 나왔는데 ‘더 이상 굳은 것은 없다’‘정복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어떤 물질이 얼마나 단단한지는 그 물질의 분자구조가 얼마나 단단하게 이루어졌는가로 판명된다.

다이아몬드는 분자구조가 서로 강하게 얽혀서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 영원불변의 사랑을 다짐하는 데 분리 불가능한 다이아몬드 만큼 의미 있는 예물은 없을 것이다.

영화평론가인 로저 에버트는 “마릴린 먼로가 섹스 심벌, 그레이스 켈리가 얼음여왕, 오드리 헵번이 영원한 말괄량이였다면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미의 화신이었다”며 리즈의 죽음을 깊이 애도했다. 시대의 로망이 되는 것은 영광이다. 일상의 고달픔을 달래주는 미의 화신으로, 다이아몬드의 빛나는 환상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리즈는 살별의 아름다움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태양이 식을 때까지, 별들이 늙어질 때까지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랑으로 그댈 사랑하리.”(윌리엄 섹스피어). 태양은 식지 않는다. 별은 영원히 반짝인다. 죽음과 이별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틈을 갈라 놓는다 해도 지구가 공전하는 한 사랑은 마르지 않는 생명으로 남게 된 것이다.

유성처럼 잠시 스쳐가는 빛의 황홀경이라 해도, 사랑의 중력으로 떨어지는 그 아픈 파멸을 누가 막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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