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의 형사칼럼] 학교에서 정학 당하면
허진/변호사·워싱턴로펌
한 예를 들어보면, 성적이 좋은 한국 학생이 방과 후 선생님을 돕고자 남아서 흰 칠판의 글씨를 지우고 있었다. 글씨가 잘 지워지지 않자 화학 세제 스프레이를 뿌리는 과정에서 옆에 있는 학생의 얼굴까지 퍼졌다고 한다. 이 일로 인하여 학교로부터 3일간 정학 처분을 받게 되었다.
학교 교감은 이러한 스프레이 사건이 우연에 의한 것임을 알았지만, 이전에 스프레이 사건이 한번 있었기 때문에 3일간 정학 처분을 내린 것이었다. 그 처음 일이란 것도 여러 학생들과 함께 놀던 중에 우연히 한 학생에게 향수(콜론)를 뿌리는 데 관여되었던 정도였다.
처음에는 교감이 부모에게 전화해 3일간 정학 처분이 내려졌다고 알려주고 이의 제기(Appeal)를 할 수 있다고 하여 그날 당장 이의제기를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그 결과 약 일주일 뒤에 교장실에 가서 그동안의 사실 관계를 다시 설명할 기회를 가졌다. 학생의 부모는 영어가 부족하여 통역관을 통해 자녀의 행동은 단순한 실수에 의한 것이니 3일 정학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장은 교감의 정학 처분은 타당하다고 결정을 내렸다.
교장이 결정을 내린 뒤 2~3일 안에 곧바로 교육청에 항소를 할 수 있다. 만약 그 기간 안에 항소를 하지 않으면 학생은 3일 동안 학교를 못가는 정학 처분이 집행되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숙제도 못하게 되고 빠진 수업에 대한 보충 수업도 힘들게 되어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정학 처분이 학생의 성적에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때 학생의 부모는 필자를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이런 학교 문제까지도 변호사를 대동해 해결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자녀를 위해 왔다고 했다. 보통 한인 부모들은 학교 문제는 변호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또한 변호사 비용이 너무 비싸서 감히 엄두도 못내는 것이라고 미리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필자는 학생의 부모의 요청대로 교장의 정학 처분 결정에 대해 교육청의 청문회(Hearing Office)에 항소하기로 결정하였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제도에서는 학생이 교장의 결정에 대해 학교와 분리된 청문회에서 항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이 곳은 증거를 직접 듣고 교장의 결정을 지지할 수도 번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청문회에서는 양 측이 증거를 제시하고 청문회를 주재하는 담당자가 질문하고 결정한다.
필자는 청문회 담당자에게 본 사건의 행위는 고의로 한 것이 아닌 우발적인 사건이었다는 점, 스프레이를 맞은 학생에게 심각한 부상이 없는 점, 그리고 학교가 학생의 다른 과거의 사건을 연결하여 부적절하게 고려한 점을 들어 정학 처분이 부당함을 주장하였다. 그 결과 청문회 담당자는 필자가 증명한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정학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우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우리 자녀들은 학교에서 엉뚱한 실수를 하여 곤란한 상황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한국 부모들은 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서 체벌이 빈번했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아이들의 학교 문제들을 그저 성장의 한 부분이라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학교 규정 준수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자녀들에게 항상 심어 주어야겠다.
끝으로 학칙 위반으로 정학을 당하면 자녀 교육의 장래가 달린 만큼 대충 처리하지 말고 신속하게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의: 703-914-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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